'선행학습' 대학·고교 예산·정원 줄여

2014-04-10 12:07:42 게재

교육부 '선행학습금지법' 입법예고 … '사교육 절감' 취지 달성에 의문

논술과 구술면접 등 각종 대학별 고사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범위와 수준의 문항을 출제하는 대학은 입학정원이 최대 10% 줄고 3년간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또 선행학습을 시킨 고등학교는 운영경비의 5%를 삭감 당하고,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학교는 입학정원의 5% 범위에서 정원이 감축된다.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 제정에 따라 이 같은 구체적 실행 방안을 담은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교육부는 국제중학교 같은 특성화중, 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 등 특목고,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율학교, 비평준화 지역에서 선발고사를 치르는 고교 등에도 이전 단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내에서 입학전형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들이 선행교육을 시키면 학교 운영경비의 5%를 삭감하고,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학교는 입학정원의 5% 범위에서 정원을 감축한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이전 단계 수준을 넘어서는 입학전형이나 배치고사를 실시한 학교는 운영경비의 10%를 삭감하거나 입학정원을 10% 감축한다. 선행교육 관련 교원은 징계를 받는다.

교육부는 또 재학 중인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서울교육청 교육과정 거점학교 제외)나 사설기관에서 주최하는 캠프, 프로젝트 활동 등을 입학전형에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고교 3학년의 경우 학교가 학기 단위가 아니라 1년 단위로 교육과정을 자율 편성할 수 있도록 해 수능시험 전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의 한 교육감은 "사교육 시장을 잡는다는 게 취지이지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학벌중시, 명문대선호 등에 대한 근본적 수술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는 "정부 방침대로 학교 내에서 선행학습 안하게 되면 솔직히 교사 입장에선 편하다"며 "단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대학진학률, 명문대 진학률 등을 근거로 '명문고네 아니네' 판단하는 것도 함께 막아달라"고 말했다.

한편 일선 교사 10명 중 9명은 학교 현장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가량의 교사들은 '선행학습금지법이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8∼9일 전국 초·중·고교 교원 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을 앞둔 학교의 준비 상황이 '매우 부족하다(26.9%)', '부족하다(60.7%)'로 교사 10명 중 9명이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또 선행학습 금지법의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완화 효과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것이다'라고 응답한 교원은 52.2%이며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한 교원은 48.2%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선행학습금지법이 학교 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입 및 고입 등 입시문제의 출제범위와 관리감독 엄격 관리(30.3%) △예산 확대 등 학교현장지원 강화(29.8%) △학원규제 강화(28.3%) △교육과정 난이도 완화(9.4%) 등을 꼽았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