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상반기 모금실적 부진했다
지난해 동기대비 33억3300만원 줄어
용혜인 “민간플랫폼 개방 차질없어야”
올해로 시행 2년차인 고향사랑기부제의 상반기 모금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7% 줄어든 199억8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모금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92억5000만원 정도 감소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플랫폼 개방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와 올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금총액은 199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기부 건수는 14만8065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수는 7088건(-4.6%) 모금액은 33억3300만원(-14.3%) 감소한 실적이다.
시·도 및 시·군·구를 합친 지방자치단체별 실적을 보면 지난해와 같이 올해 상반기에도 상위 5개 지역은 모금액·기부건수 모두 전남·전북·경북·경남·강원이 차지했다. 전남이 가장 많은 47억5400만원(3만3255건)을 모금했고, 이어 전북 33억400만원(2만1814건), 경북 29억8000만원(2만1239건), 경남 25억2300만원(1만8423건) 강원 13억9300만원(1만289건) 순이다. 나머지 12개 지역은 모두 모금액이 10억원 이하였다.
모금액 상위 5개 지역은 지난해 대비 실적 감소 규모도 가장 컸다. 전남은 –13억7300만원(-22.4%), 경북은 –8억1600만원(-21.5%), 강원 –4억2000만원(-23.2%), 전북 –2억6200만원(-7.4%), 충북 –2억1000만원(-19.8%)으로 모금액이 2억원 이상 감소된 것으로 확인된다. 감소율로 보면 대구가 –35.8%(-10억8000만원)로 가장 높았다. 광주·대전·인천·세종·경남·제주·울산 등 7개 지역은 모금액이 소폭 증가했으나 모두 1억원 이하 수준에 그쳤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으로 연말에 기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전반기 실적만으로는 전체 실적을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렇다 할 정책 개선 없이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실적이 지난해 실적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반기 모금액·모금건수는 전체 중 각각 29.5%, 35.8%를 차지했다. 이를 올해 전반기 실적에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2024년 전체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92억5000만원 줄어든 558억1000만원, 모금 건수는 2만4000건 줄어든 14만8000건 정도로 예상된다. 마지막 4분기에 모금이 폭증하지 않는다면 시행 첫 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 높아진 셈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올해 초 법 개정으로 △기부금 사용 사업을 선택해 기부하는 지정기부 근거 신설 △기부 권유·독려행위 제한 축소로 홍보 규제 완화 △기부금 연간 상한액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 등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효과가 두드러지지 못하는 이유는 정작 기부 홍보와 접근성을 좌우하는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행안부가 지난 8월부터 민간플랫폼 개방을 추진 중이지만 당장 올해 안에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17개 기업이 사업 참여를 신청한 상태인데, 이 가운데 연내 모금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은 2~3곳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고향사랑e음의 불안정한 서비스도 우려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고향사랑e음은 서비스 시작 이후 장애발생이 4건 있었고 장애 조치 등을 위해 서비스가 중단된 시간만 2252분(37시간)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향사랑e음은 도로명주소 차세대세외수입시스템 위택스 이택스 기부금영수증 출입국관리시스템 등 여러 행정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있는 만큼 지난해 11월 발생한 행정전산망 오류 사태 때처럼 연쇄적인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용혜인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실적이 줄어든 원인은 행안부가 민간플랫폼 개방 등 핵심제도 개선을 서두르지 않은 탓이 크다”며 “고향사랑e음을 고집하지 않고 지자체의 요구대로 민간플랫폼 개방을 서둘렀다면 올해 기부 환경은 더욱 개선되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신일 이명환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