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오늘 분수령…주가 성패 가를 듯

2024-10-04 13:00:02 게재

영풍·MBK연합 공개매수 최종 마감

최윤범 측, 83만원에 전량매수 시작

‘쩐(錢)의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4일 분수령을 맞는다. 지난달 시작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이 오늘로 마감되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는 오늘부터 시작된다. 공개매수 승패는 고려아연의 주가에 달려있다. 이날 주가가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을 밑돌면, 이들이 공개매수를 성공시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고려아연 주가가 75만원을 웃돌 경우엔 주당 83만원에 전량 공개매수 조건을 제시한 최윤범 회장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

◆고려아연·영풍 주가 동반 급등 … MBK 공개매수가 돌파 = 4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오전 9시 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5만9000원(8.3%) 오른 77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75만원을 넘어서면서 기존 주주들이 MBK의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고 주당 83만원을 제시한 고려아연 측에 손을 들 가능성이 더 커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당 83만원 가격에 자사주 전량 매수 카드를 던지면서 소액 주주들이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참여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기자회견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박기덕 사장, 최 회장, 조현덕 변호사.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같은 시각 계열사 영풍정밀의 주가도 동반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영풍정밀 주가는 3만100원으로 전일대비 18.2%(4650원) 오른 채 거래 중이다. 영풍·MBK이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또다시 상향 조정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2일 이사회를 통해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 1주당 83만원에 320여만주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결정했다.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과 함께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121만5283~372만6591주(5.87~18.0%)를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영풍·MBK 연합보다 10.67% 높다. 전체 공개매수 금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하며,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연합이 공개매수하는 지분은 최대 18%다. 주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최 회장 측은 또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며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고 공격하는 데 대한 방어막을 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지난 2일 기각된 가처분과 별도의 사건으로, 영풍과 MBK는 자기자본 감소로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회사에 손실을 입힌다는 주장이다.

이에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고려아연은 법적으로나 회계적으로 분명하게 6조원 이상의 배당 가능 이익이 있으며 이를 통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며 “영풍의 2차 가처분은 앞선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 대표는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 전량 매수가 공식적인 사항이며 금감원 신청 및 이사회 승인 사항”이라며 “고려아연은 이사회 승인에 따라 또 금감원 신청서와 공고에 나온 대로 전량 매수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MBK, 공개매수가 상향할까 주목 = 한편 4일 장중 고려아연 주가가 MBK 측이 제시한 75만원보다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져 최소 물량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MBK 측이 장중 추가로 공개매수가를 인상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만약 MBK 측이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 공개매수 마감 기간은 10일 늘어난다. 다만 MBK가 한 번 더 가격을 인상한다면 수천억원의 추가 자금이 들고,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