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위원회 출범 1년|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문화소외지역 목소리 들어 정책 반영"
어릴 때부터 인문학 예체능 강조해야 … 배려·나눔 전통가치 복원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 세계 제패하게 소규모 콘텐츠기업 지원 필요
"모든 정책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문화융성위원회(융성위)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두고 만난 김동호 위원장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현장을 발로 뛰는 김 위원장의 활동력이 잘 드러나는 차림이었다.
김 위원장은 "임명을 받고 첫 회의가 끝난 후 가장 먼저 9개 광역시·도를 돌며 문화예술인들을 만났다"면서 "현안이 무엇인지,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파악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세웠다. 융성위는 정부의 국정기조 실현을 위해 구체적 추진전략과 방안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다.
지역의 자생적 문화 활동서 희망 찾아
김 위원장은 지난 3~4월 낙도, 지역 변두리 등 문화소외지역을 두루 다녔다.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주민들을 만나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답을 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은, 지역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상향식 정책을 가장 바라고 있으며 지역의 현실은 중앙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를 때가 많다"면서 "정부가 문화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합문화이용권'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지만 막상 문화소외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할 서점이나 공연장 등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책의 미비점은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서는 알기 쉽지 않다.
그는 지역의 자생적인 문화 활동에선 희망도 발견했다. 김 위원장은 "인천의 여러 문화예술 동아리들이 기금을 모아 전통시장 옆에 건물을 구입, 지역에 문화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례들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운동들을 지역에 맞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가 있는 날' 시민·기업 호응 높아
융성위가 '생활 속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주도적으로 펼치는 사업은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의 '문화가 있는 날'. 각종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데 무료, 혹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시민들의 호응이 높다. 김 위원장은 "처음 시작한 1월에는 883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7월에는 1400여개 기관이 참여할 것 같다"면서 "매월 하루만큼은 정시에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극장이나 공연장을 찾자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나 금호아시아나 등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주민들을 초청, 문화행사를 펼치는 등 기업들도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캠프'서 청년인재와 전문가 교류
그가 찾은 또 다른 현장은 소규모 콘텐츠 기업들. 종사자 10인 미만, 자본금 10억 미만, 매출액 10억 미만인 작은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이들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뽀로로' 등 캐릭터 산업을 포함, 콘텐츠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 세계 7위권에 이르렀다"면서 "스티브 잡스처럼 전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이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대한민국 상상캠프'를 개최했는데 상당히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일명 '크레이지 크리에이티브 캠프(Crazy Creative Camp)'라고 하는 대한민국상상캠프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인재와 관련 전문가들이 교류하도록 한 워크숍. 지난 5월 제주도에서 5박 6일 동안 1차 캠프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엔터테이너, 게임 전문가, 비디오 아티스트 등을 묶어 창조적, 융합적인 생각들을 펼칠 수 있도록 '상상력 사관학교' 개념의 장을 제공했다"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원한다면 창업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1월에는 2차 캠프를 열고 앞으로 해마다 캠프를 개최해 우수한 인재를 조기 발굴할 계획이다.
문화융성 5개년 계획 수립이 과제
김 위원장은 문화융성의 기반으로 '교육'을 꼽았다. 어릴 때부터 인문학, 예체능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는 것. 김 위원장은 "교육 정책이 입시 위주로 돼 있다 보니 어려서 예체능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북돋우는 문학, 역사, 철학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정신문화 대신 학과 교육만 지나치게 강조한 문제점이 세월호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전통 가치가 퇴색되고 인성이 마비됐다"면서 "지금이 우리의 전통 가치인 나눔, 포용 등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융성위와 산하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됐고 이에 따라 지역문화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론 문화융성 5개년 계획을 수립, 국가 전체의 문화정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정립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