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자료구입 예산 늘려야"

2014-11-17 10:11:07 게재

현재 최대 35% 할인받아 책 구매 …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되면 15%만 할인받아

21일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공공도서관들은 도서 구매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책을 할인받아 구매했지만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정가대로 책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계는 "다음해 최소 20% 이상 자료구입비를 증액해야 올해 수준의 장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가제 시행 이전, 예산 논의했어야" =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도서관의 도서 구매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도서관은 '도서정가제 적용예외 기관'으로 규정돼,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최대 35~40%까지 도서를 할인받아 구매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전국 공공도서관 828개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도서구입 할인율 현황'에 따르면 30% 초과 할인율을 적용해 도서를 구매한 도서관은 137개관으로 1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20% 할인이 276개관으로 33.4% △21~25% 할인이 115개관으로 13.9% △26~30% 할인이 100개관으로 12.1%에 달했다.

그러나 개정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도서관은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에서 제외된다. 개인과 동일하게 15% 할인 중 가격할인 10%, 간접할인 5%의 적용을 받는다. 만약 도서관이 다음해에 올해와 동일한 규모의 예산으로 도서를 구입하면 20% 이상 구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다음해 예산이 20% 이상 증액돼야 올해와 동일한 정도의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정가제로 도서 할인율이 줄어들면 시민들의 구매력이 그 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책값이 부담스러운 시민들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려고 하나 도서관 역시 구매력이 떨어지게 된 셈이다.

이정수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지식 격차를 해소하는 기관으로 돈이 없어 책을 사 볼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기 이전에 도서관 예산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떻게 얼마나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 별다른 대책 없어 = 다음해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편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 따르면 다음해 전국 16개 시·도 지역대표도서관 도서구입비 예산안은 50억7100만원으로 올해 45억6500만원에 비해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역대표도서관임에도 불구, 예산이 증액된 곳은 서울도서관 등 6개관에 불과했으며 감액된 곳도 4개관이나 됐다.

부산시립시민도서관 자료구입비의 경우 다음해 4억1100만원으로 올해 5억1500만원에 비해 20% 이상 감액됐다. 대전 한밭도서관 자료구입비 역시, 다음해 1억9900만원으로 올해 2억4900만원에 비해 20% 이상 감액됐다.

지역대표도서관은 해당 지역에서 규모 있게 운영되는 도서관인 만큼 그렇지 않은 도서관의 경우 예산 확보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장은 "현재 각 도서관은 다음해 예산이 줄어들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서관 자료구입비 예산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예산이기 때문에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관 관련 대책으로 내놓은 안은 '세종도서 선정 보급사업' 예산 확보와 도서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자체의 예산 확보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

그러나 공공도서관에 우수도서를 보급하는 세종도서 선정 보급사업의 경우 다음해 예산은 142억원으로 올해 152억원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또 '도서관법 시행령의 자료 확보 기준을 현행에 비해 1.5~2배 높이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다음해 4월까지 추진할 계획으로 당장 시급한 다음해 도서관 예산 증액에는 영향을 주지 못 한다.

윤희윤 한국도서관협회장은 "구매력이 줄어든 만큼 예산 증액을 해야 다음해 도서관 서비스를 현상 유지할 수 있다"면서 "올해 대비 20% 이상 많은 자료구입비 예산을 확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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