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55.3%, 고용보험 사각지대 방치
실업위험 더 큰 취약층집단 배제 … 통계청 조사 "실업급여 수급률 11.3% 불과"
◆제도적 사각지대 1006만명 = 고용보험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0월 펴낸 실업급여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8월 현재,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취업자는 총 1399만명으로 전체 취업근로자 2529만명의 55.3%에 달했다. 전체 취업자의 절반이상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비임금 근로자와 적용제외자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1006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9.8%에 달했다. 비임금 근로자란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 업무종사자와 예술인, 자영업자 등으로 705만명(취업자의 27.9%)에 달한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이지만 고용보험에서 적용이 제외되는 자는 가사서비스업, 65세 이상인자,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 등으로 301만명(취업자의 11.9%)이나 된다.
또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보험료 부담 등으로 인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약 393만명(취업자의 15.5%)에 이른다.
◆비자발적 이직자 86.6%는 임시·일용직 = 특히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임시·일용직 등 실업 위험에 더 노출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국회예산정책처 앞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0월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보면 상용직의 고용보험가입률은 97.1%인 반면, 임시'일용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평균 임금을 기준으로는 200만원 이하의 저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300만원 이상의 고임금근로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가입률과 이직현황을 비교하면,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임금근로자가 실업의 위험에 더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이직현황을 보면, 상용직의 이직률은 2.1%인 반면 임시·일용직의 이직률은 18.0%로 임시·일용직의 이직률이 상용직에 비해 약 9배 높다. 또한 실업급여 수급요건인 '비자발적 이직'의 경우, 전체 비자발적 이직자 중 임시·일용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86.6%에 이른다.
임시·일용직의 경우 자발적 이직자(약 11만명)보다 비자발적 이직자(22만명)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일용직 임금근로자는 비자발적 이직률이 높아 실업보험의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크지만 고용보험가입률이 낮아 오히려 실업보험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고용보험 확대법안 국회서 낮잠 = 이에 따라 고용보험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고용보험 적용제외자로 분류된 가사근로자(약 30만명명 추정)를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김상희 의원 발의 법안과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특수형태 근로자 약 44만명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려는 최봉홍 한정애 의원 발의 법안,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근로자에게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우원식 의원 발의 법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한 정부의 방관적 태도와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법안 심사로 인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고용보험은 외형상 모든 사업장을 포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한 게 현실"이라며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만을 주장하기에 앞서 사회적 안전망의 핵심인 고용보험에 뚫려 있는 구멍을 메우는 작업부터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