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마을기업 ‘메종드 한’

2014-11-27 16:05:10 게재

세련된 한(韓)스타일 디자인으로 승부수 던진 루키들

북촌, 전주 한옥마을, 안동의 한옥리조트 구름에... 모두 한옥을 테마로 히트 친 공간들이다. ‘한옥의 멋스러움을 살려 아파트나 빌라를 인테리어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강동구에 흩어져있던 청년 디자이너들이 뭉쳤다.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며 독자적인 한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메종드한’의 겁 없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30평대 아파트 거실에 격자무늬 창틀에 한지를 붙인 나무 문을 달았고 한 켠에는 기다란 툇마루를 만들었다. 한국의 미와 현대적 모던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메종드한 디자이너들이 솜씨있게 연출했다.

한옥스타일 공간 만들기 위해 뭉친 디자이너들
“세계인들이 이케아에 열광하는 건 북유럽스타일의 심플한 실용주의가 담겼기 때문이다. 아시아권인 일본, 중국도 전통 디자인의 독자 영역을 넓혀가는 데 유독 우리나라만 전통 디자인에 취약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인데도...” 김주리 대표(40세)의 어투에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러면서 아파트, 빌라 같은 주택과 경주시 농특산물 판매장, 카페 등의 상업공간에 한옥의 느낌을 세련되게 녹여낸 그간의 작업물들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메종드한은 강동구에 터를 잡은 디자이너들이 모인 마을기업.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중이며 현재 조합원은 8명이다. 내년 초 전시장 오픈 준비로 바빠 인터뷰 당일에는 김 대표와 주한이, 최형우 디자이너만 자리를 함께했다.
홍대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액세서리와 소가구 제작,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디자이너다. “첫 직장이 프랑스제 헤어핀을 수입하는 업체였는데 당시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힐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프랑스 현지 공방에서 만든 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신기했고 그때부터 한국적인 디자인을 고민했다. 남대문 액세서리 업체로 옮겨 실무를 배웠고 점차 공간 디자인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며 경험을 쌓았다. 덕분에 나무, 아크릴, 철 같은 다양한 소재를 다뤄볼 수 있었다.”
단국대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주한이씨(29세)는 출판 편집과 웹 콘텐츠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최형우씨(31세)는 경민대 산업디자인과를 나와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한국적인 인테리어에 꽂혀 메종드한에 합류했다.




한옥스타일 전시장, 한지조명 만들기 교육 준비

-메종드한 전시장은 어떻게 꾸며지나?
한옥 스타일의 인테리어 실체를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기 때문에 거실, 안방, 거실방을 전시장 안에 그래도 재현할 거다. 가변형 구조로 설계해 벽을 걷어내면 공연장, 갤러리로도 활용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으로 설계했다. 한켠에는 카페를 꾸며 사람들이 차 마시며 편안히 공간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디자이너, 국악인들과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화행사도 꾸준히 열며 강동구 주민들과 만남의 자리를 꾸준히 만들 생각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서울디자인스팟’을 보니까 디자인 명소들이 가로수길, 홍대, 삼청동에만 몰려있고 강동구에는 단 한군데도 없더라. 서울시로부터 공간 임대보증금 5000만원을 지원 받아 야심차게 준비중인 우리 전시장을 강동구의 디자인 스팟으로 만들고 싶다.

-개성 강한 디자이너들간의 협업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을 텐데.
3년 이상 파트너로 손발을 맞춘 사이라 충돌과 조율 과정은 그 전에 다 겪었기 때문에 지금은 수월하다. ‘한옥의 전통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선보이자’는 신념은 모두들 확고하다. 게다가 지난 1년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업을 준비하며 쌓은 공감대 덕분에 팀워크가 남다르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어가면 자국 문화에 대한 체험 욕구가 급증한다고 한다. 학계, 정부 관계자들은 전통을 테마로 한 사업은 망하지 않고 살아남기만 하면 생명력이 길다고 우리를 격려해준다.
무엇보다 메종드한만의 색깔 있는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중이다. 꽃 창살, 고전적인 TV장식장은 소비자 반응이 좋다. 민화, 나전칠기 기술을 차용한 가구도 연구중이다.
우리가 주로 쓰는 미송나무, 한지는 친환경 소재라 건강에 좋다. 이 때문에 자녀의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가정에서 문의가 꾸준하다. 공공디자인 분야도 관심 영역이다. 암사동 선사문화유적지에 한국적 스타일의 전시 공간을 꾸미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지조명등 사업도 준비중인데
한지등은 수요는 있으나 상품화가 덜 된 틈새 시장이다. 현재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가지고 시제품을 준비중이며 판로도 뚫고 있다.
마을기업인 우리가 지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지도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우선  강동구 여성들에게 핸드메이드 한지등 제작 교육을 실시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한(韓)스타일 디자인’. 꼭 필요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분야에 뛰어들어 좌충우돌하며 길을 만들어 나가는 디자인 개척자들의 뚝심이 듬직해 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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