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과 도서관, 상생이 답이다

'독자 발굴' 위해 협력해야 출판 생태계 성장한다

2015-01-26 11:25:28 게재

1년에 1권도 안 읽는 성인 30% … 출판사, 지역 '문화 거점' 도서관과 공동 기획으로 '좋은 책' 소개

출판계와 도서관계가 함께 독자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자가 부족한 시대, 책 읽는 사람이 늘어야 책 생산자인 출판사와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도서관 모두 역동성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2013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를 참고하면 책을 1년에 1권도 읽지 않은 성인은 28.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책을 1년에 1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인 연평균 독서율이 성인의 경우 71.4%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인 10명 중 3명이 1년에 1권도 읽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다.
지난해 8월 21일 오후 7시. 서울도서관 지하 1층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특별 프로그램 '유쾌한 인문학' 강연이 펼쳐졌다. 주제는 '혁신과 비판의 두 얼굴 그리고 인문학적 감수성-스티브 잡스'. 최근 각 도서관들은 이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개설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같은 조사에서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에 그쳤다. 한 달에 1권도 채 읽지 않는 수치다. 2011년 조사에 비해 0.7권이나 감소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초·중·고등학생의 연평균 독서량은 32.3권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10대들이 한 달에 3권을 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출판산업 매출은 갈수록 떨어진다. 2014 출판연감에 따르면 2012년 매출액은 21조972억원으로 2011년 21조2445억원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 이용률도 낮은 수준이다. 15세 이상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32%로 나타났다. 책 읽는 사람을 늘리는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연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 출판계와 도서관계 유기적 협력"

최근 각 도서관들은 이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개설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이 보다 가깝게 책과 인문학을 접할 수 있게 돕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개설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도서관이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 매회 1권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은 후 현장을 탐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다.

그러나 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한 출판계의 호응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역의 경우 저자 섭외가 쉽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정수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 관장은 "북페스티벌 참가에 대해 출판사에 문의하면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 아는 사람들을 통해 알음알음 출판사를 섭외한다"면서 "출판사의 경우 상업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자를 개발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선진국의 경우 출판계와 도서관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면서 "범위를 좁혀 대학의 경우만 보더라도 서점과 도서관, 출판부가 함께 뭔가를 기획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지역 출판사, 도서관, 서점이 협력해서 주민들의 독서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 출판계과 도서관계의 협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하게 이뤄진다. 미국의 경우, 출판사들이 신간을 내면 도서관과 서점에서 강연을 하는 것은 일반화돼 있다. 분야별·장르별로 출판사와 도서관을 포함해 저자, 관련 단체, 동아리 등 관계자들이 모이는 콘퍼런스도 자주 개최된다. 특히 미국의 도서전 '북 엑스포 아메리카'와 미국도서관대회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출판계가 '도서관유통센터'를 설립해 사서들은 현물도서를 직접 보고 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서들이 도서목록을 토대로 구매를 결정하는 것과 차이점이다.

문헌정보학과에 출판 과목 개설 13곳에 불과

물론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협력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책'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출판은 도서 생산자이며 도서관은 출판계와 이용자들의 접점이 되는 공공 기관이다. 출판은 '상업적 이해'가, 도서관은 '공공적 이해'가 앞설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다 장기적으로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 과정에서부터 출판계는 도서관계를, 도서관계는 출판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범우출판포럼 '출판사와 도서관의 상생발전'에서 발표된 '출판사와 도서관의 상생을 위한 협력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대학 40곳에 문헌정보학과가, 전문대학 4곳, 대학원 5곳에 출판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이 중 문헌정보학과에 출판 관련 과목이 개설돼 있는 대학은 13곳에 불과하며 출판 관련 학과에 도서관 관련 과목이 개설돼 있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이 포럼에서 이문학 인천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출판 교육 기관에서는 도서관의 역사, 기능, 수서와 장서 관련 이론과 정책, 자료보존 등과 같은 내용을 교육시켜 도서관에 대해 알게 하고 도서관 교육 기관에서는 출판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출판 이론과 실제를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도서관에 '좋은 책' 선별 기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개정 도서정가제가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최저가 낙찰제로 최대 40%까지 도서를 할인 구매하던 도서관들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판매자의 재량에 따라 가격 할인은 10%까지, 경제상 이익은 5%까지 받을 수 있다. 제도 시행 후에도 예산이 거의 늘지 않았기 때문에 공공도서관들은 구매할 수 있는 도서가 10~20% 줄은 셈이다.

그러나 가격 변수가 사라진 만큼 '책을 얼마나 싸게 구매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던 공공도서관들은 이제 '양질의 책'을 선별하는 데 보다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 좋은 책과 독자를 연결해 주는 본연의 역할에 보다 충실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예산이 줄어든 것은 위기지만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면서 "책을 보다 더 꼼꼼하게 고르는 등 도서관의 장서개발 기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처럼 좋은 책이라면 하드커버로 튼튼하게 만들어 조금 비싸더라도 도서관이 구입할 수 있는데 개정 도서정가제가 그런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의 좋은 책 선별 기능이 강화되는 만큼 출판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서관과 협력할 수 있는 지형이 갖춰진 셈이다.

"출판, 지역거점 도서관 활용하길"

출판계도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가격 외 변수를 통해 독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서관과의 협력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출판사들은 도서관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도서관과 함께 다양한 공동 기획을 함으로써 새로운 독자를 발굴할 수 있다. 전국 공공도서관을 거점으로 신간뿐 아니라 주제를 정해 구간 도서를 소개하는 순회강연을 하는 등 다양한 기획이 가능하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기획회의' 382호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의 좌표'에서 "(개정 도서정가제를 계기로) 출판계가 책의 내용으로 승부하고 또 한편으로는 서로 협력하는 지식생태계 복원의 공동 체제를 확보했으면 좋겠다"면서 "예를 들어 어느 해에는 한국문학을 살리자고 해서 당대 작가들이 20명 정도 릴레이로 저자 사인회, 토론, 작품 낭송도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도서관도 그런 역할을 출판계와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충곤 한국사서협회 사무총장은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계가 도서관계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올해는 도서관과 출판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우선 관심이 있는 몇몇 출판사들과 함께 공동으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희윤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은 "도서관의 특징은 전국 곳곳에 '문화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출판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 서로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