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 우리동네 꽃놀이

꽃 보니 봄인가 봄!

2015-04-05 22:29:34 게재

봄은 역시 꽃이다. 꽃이 봄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리한 겨울을 지내고 꽃소식을 들을 때 비로소 봄을 실감한다.
오랜 기다림을 품은 사람들은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아랫녘으로 꽃구경을 떠나기도 하고 뉴스마다 꽃소식이 너울대면 멀미처럼 봄기운이 스민다.
멀리 가지 않고도 꽃을 볼 수 있는 곳, 덤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어제가 오늘인 일상에 환기가 필요하다면 ‘퍼니비’
꽃도 보고 브런치도 먹고 예쁜 소품들로 기분까지 샤랄라~
 

입구에 수국이 뭐라 말할 수 없게 예쁘다. 매장 안은 화사한 원목가구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밝고 따뜻한 기운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곳곳에 꽂혀 있는 꽃들이 탄성을 짓게 한다. 들어서자마자 놓여 있는 꽃 냉장고도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색이 곱고 자태가 우아한 꽃들이 자리하고 있다. 꼭 마음에 드는 꽃들을 가져 오기 위해 새벽시장을 다닌다는 퍼니비 주인장의 손끝 야문 관리로 싱그러운 꽃들이 그득하다.
불당동 카페 퍼니비는 꽃과 차, 브런치와 소품 등을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복합매장이다. 눈썰미 있고 손재주 있는 자매 최은미씨와 최은희씨는 각각 요리와 꽃을 담당하는 퍼니비 주인장이다.   
아직 불당동이 이렇게 번화해지기 이전에 최은희씨는 퍼니비를 열고 좋아하는 꽃으로 매장을 꾸몄다. 드나드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꽃을 주문하는 손님이 생겨 매장에서 꽃을 팔고 꽃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언니인 최은미씨가 함께 하면서 요리수업도 진행하게 되었다. 매장 안에 가져다 놓은 소품을 보고 같은 것으로 사다 달라는 손님이 늘면서 소품 판매가 시작되었고, 그릇도 가구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어찌 보면 오늘의 퍼니비는 즐겨 찾는 손님의 요구로 만들어진 셈이다. 아니 주부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이해하는 두 자매의 마음이 손님들과 통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퍼니비의 독특한 메뉴 ‘오늘의 꽃과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와 함께 소담한 꽃다발이 함께 나온다. 졸업식에 들고 갈 만한 사이즈는 아니지만, 집에 꽂아 놓으면 한 일주일은 호사스러울  꽃다발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살림하는 주부 입장에서 선뜻 꽃다발 사기 부담스럽지요. 기분전환 차원으로 예쁜 꽃 몇 송이 꽂고 싶은 마음을 제가 잘 아니까 작은 꽃다발도 기꺼이 만들어 드려요.” 최은미씨의 말이다. 화려한 꽃집에서 꽃 몇 송이만 사려다가 뒤통수 뜨거워 본 적 있는 주부로서 반갑기 그지없는 말이다.
퍼니비의 두 자매 주인장은 즐겁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꽃을 만지는 일이 그렇고 사람을 대하는 일, 또 예쁜 소품을 구하고 판매하는 일이 즐겁고 재미있다.
꽃수업이나 요리수업이 취미반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담 없이 꽃 만지고 요리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다. 이제는 그 노하우를 전수하며 탕정에 2호점 오픈을 도왔다.
열린 주방에서 조리되는 브런치 메뉴는 대부분 직접 만든 재료를 사용한다. 맛이 강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특히 주부들이 좋아한다. 샐러드에 사용되는 수제 리코타치즈는 언제나 인기만점이다.

최은미 최은희씨의 예쁜 꽃 오래보는 팁
-. 한 종류의 꽃을 꽂으면 특별한 솜씨가 없어도 보기 좋다.
-. 여러 종류를 섞을 경우 색깔의 톤을 맞추면 고르기 쉽다.
-. 꽃을 꽂으면 매일 물을 갈아준다. 줄기는 사선으로 잘라주어 물러진 곳을 제거하면 예쁜 꽃을 오래 볼 수 있다.

집에 봄을 들이기로 결심했다면 ‘이레플라워&카페’
“튼실한 관목과 꽃을 한자리에서 고를 수 있어요”
 

쌍용동 카라카라사우나 1층에 자리한 이레플라워는 너른 매장과 잘 관리된 관목으로 ‘집에서 나무 좀 키운다’하는 주부들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지 오래다. 20년 넘게 화원을 운영한 부모님의 오랜 경험과 젊은 감각의 딸 방고운씨의 합류로 이레플라워스튜디오와 이레플라워카페가 나란히 운영되고 있다.
방고운씨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부모님의 일을 돕기 위해 진로를 변경했다. 오래도록 부모님의 일을 지켜보다가 자신에게도 감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택한 것. 방고운씨가 블로그를 운영하며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소개하자 전국에서 주문을 받게 되었다. 외국에 사는 딸이 친정인 천안으로 꽃바구니를 배달하는 주문도 받은 적 있다.
매장 안에서 꽃수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직접 부케를 만들어 보려는 신부나 꽃을 선물하려는 사람들 발길이 이어진다.
 
이레플라워카페 매장은 생화와 구분이 가지 않는 조화로 가득하다. 방고운씨가 직접 중국에서 공수해 온 제품들이다. “요즘은 셀프웨딩이나 매장 데코에 조화가 많이 쓰여요. 지나치게 부풀려진 조화 가격 때문에 직접 중국에 가서 조화를 구입해 오고 있어요.” 기존의 어색한 조화와는 품질이 달라 물에 꽂아두면 쉽게 생화와 구분하지 못하는 조화는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올해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스투키와 색안개. 공기정화식물로 이름을 알린 스투키와 주황 보라 등 색색으로 물든 안개꽃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방고운씨는 “사람들이 꽃집, 카페를 쉽게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중노동이다. 몸도 상하는 일이다”며 “하지만 고단한 일을 하고 사람 대하기에 지치다가도 예쁜 꽃만 보면 어려운 일을 다 잊게 된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꽃집 아가씨 방고운씨는 좋아하는 꽃으로 작약을 꼽았다. 작약은 잠깐 나오는 5월의 신부들만 작약부케를 들 수 있어 봄신부들의 로망이다. 작약은 거꾸로 매달아 말리면 그 형태를 잘 유지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또 봄의 꽃 수국도 종류에 따라 말리기 좋은 꽃이다. 시네신스와 노단새도 자연건조하면 색과 형태를 잘 유지하는 꽃으로 오래 두고 볼 수 있다.
이레플라워카페는 매장 전체가 꽃으로 장식되어 마치 꽃밭에서 차를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꽃과 관련된 소품, 화병 리스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지금 사 두면 오래도록 꽃을 볼 수 있는 화분은 제라늄과 수국, 꽃기린, 철쭉과의 아젤리아 등이다. 꽃이 핀 화분은 해가 잘 드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또 수국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써 물을 주면 오래 꽃을 볼 수 있다.

집에서 키우는 화분 잘 관리하는 방법
-. 화분은 건조한 것 보다는 과습이 문제다. 수종에 따라 물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해 물관리 해야 한다.
-. 꽃이 피어있을 때는 물을 흠뻑 주는 것이 좋다.
-. 통풍이 잘 되는 것이 좋다. 화분 받침도 물서랍이 있는 것이 좋은데 화분 아래로도 바람이 통하기 때문이다.
-. 병충해는 한번 생기면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식물전용저독성 살충제를 규칙적으로 쓰는 것이 병충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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