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 금융위기때보다 심각

2015-05-04 11:36:01 게재

수주잔고 규모 늘었지만 질 더 나빠져

해외경쟁 치열 … 수익성 회복 어려워

조선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규모 어닝쇼크를 겪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선업황은 전형적인 불황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주잔고의 질은 더 나빠졌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조선업 위기론 대두 = 4일 한국기업평가와 금융투자업계 조선업종 연구원들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업황 전망은 더욱 우울하다.

김봉균 한기평 연구원은 "수주부진과 선가하락 및 수주잔고 감소 등 전형적인 불황기 모습이 나타나면서 조선업계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위기론은 2009년과 2012년에도 있었지만 수주잔고의 질과 경쟁강도의 차이를 보면 올해가 더욱 힘든 시기"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말 인도기준 수주잔고는 지난 2012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수주잔고의 질적인 측면은 과거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조선업체들과의 경쟁강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자국 조선업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엔저에 힘입은 일본 조선업체의 약진 등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원가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의 공격적인 가격전략과 자국 수요와 엔저에 기반한 일본 조선소의 시장잠식은 이미 진행됐고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미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준 상태다.

실제 올 1분기 대형 조선사들의 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조선업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흑자행진을 이어오던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규모도 1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번 분기에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됐다. 매출액은 지난 분기 대비 11.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같은 날 실적을 공시한 삼성중공업은 1분기 영업이익 2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유가와 도크회전율 관건 = 김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산업 수주환경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환경변수로 유가를 꼽았다. 그는 "최근 유가급락은 일부 선종의 수주증가 효과보다 해양부문 발주감소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대형조선사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해양플랜트 시장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유가 회복에도 시추시장의 단기 회복은 어렵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도크회전율또한 중요한 환경변수다. 조선업종 전문가들은 도크회전율을 높이지 못할 경우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도크회전율은 선박이 지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도크 안에 머무르는 기간을 말하는데, 이 기간을 단축할수록 더 많은 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건조효율성(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조선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조선사들의 추가적인 등급 변동 가능성이 내재된 상태"라며 "향후 수주잔고의 양과 질, 도크회전율 제고와 추가 대규모 손실발생 여부 등을 통한 수익성 회복 가능성, 원활한 인도를 통한 현금흐름 개선 등 운전자본 통제여부 등을 주요하게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 조선사 불안감 확대 = 한편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 SPP조선, STX조선해양 등 3개 부실 조선사는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3개 부실 조선사가 자율협약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만 해도 6조5000억원에 달한다. SPP조선은 올해 초까지 지원받은 6000억원에 더해 4월초 485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성동조선해양의 자금지원이 거부당하면서 부실조선사들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성동조선은 올해 초 채권단에 42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지난달 28일 우리은행은 이를 거절했다. 앞서 무역보험공사도 자금지원을 반대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 배경에 관치금융이 문제시되자 채권은행들이 불똥을 피하기 위해 위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동조선은 이달 말까지 신규 자금을 받지 못하면 법정 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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