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지구, 한파에 대기질 걱정까지 ‘삼중고’

2025-01-06 13:00:01 게재

북극 온도 상승으로 대기 순환 교란, 초미세먼지에도 영향 … 노화 촉진하는 활성산소종과도 관련 있어

“7일부터 당분간 아침 기온이 경기북동부와 강원내륙·산지를 중심으로 -12℃ 이하(일부 강원산지 -15℃ 이하)로 떨어지면서 한파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6일 기상청은 “7일 충남권과 전라권을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고 예보했다. 이번 한파는 2024년 12월 27~28일 폭설이 내린 때와 유사한 형태를 보일 전망이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매년 전지구 온도 상승으로 폭염 피해 우려가 커지지만 역설적이게도 한파 고민도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구온난화와 한파. 사실 이 둘의 관계처럼 모순적인 것도 없다.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으로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지구 대기 온도가 상승한다는데, 오히려 한파라니….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의외로 원리는 간단하다.

전지구 온도 상승으로 폭염 피해와 함께 이상한파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8일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풍경.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지구온난화로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 빙하가 녹고 대기 순환에도 교란이 일어난다. 매우 차가운 바람(극 소용돌이·polar vortex)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한파가 불어닥친다.

제트기류는 기온 차이가 커야 세력이 강해진다. 북극 온도가 낮으면 중위도 지방과 온도 차이가 커지면서 제트기류가 강해져 북극의 한기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가두는 역할을 한다. 반면 북극이 더워지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 한기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띠처럼 막던 것이 느슨해지면서 한파가 불어닥칠 가능성이 커진다.

2021년 2월 때아닌 미국 텍사스의 한파도 이러한 원리로 발생했다. 당시 텍사스주 댈러스의 기온은 -18℃까지 떨어지면서 대규모 정전사태와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등 여러 문제가 속출했다.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200여명이 숨지고 500억달러가 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통상 텍사스주 2월 중순 기온은 영상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타격은 더 컸다.

북극 온도 상승으로 대기 순환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폭염은 물론 한파, 대기질 악화 걱정까지 함께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세계기상기구(WMO) 2025년 달력 사진 공모전’에서 12월 사진으로 선정된 ‘보발재의 겨울(이상운 작)’. 이 작품은 극심한 기후변화 시대에 기상재해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의 중요성과 자연의 힘을 사진으로 잘 담아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사진 기상청 제공

◆한파로 인한 대기 정체, 도시 대기질 악화 원인 =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갈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기후현상의 새로운 일상인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한 표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더욱이 한파는 연쇄적으로 다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한파로 인해 대기 정체가 일어나면서 미세먼지가 축적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도시 대기질 악화의 원인으로 관심을 받고 있으며 대책 마련이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실린 논문 ‘중국의 대기오염파(Air pollution wave)와 한파의 복합 발생에 대한 시공간적 특성과 영향 요인 분석’에 따르면, 한파와 대기오염파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1년에 평균 4일 정도였다.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는 평균 4.8일, 최대 50일까지 발생했다.

대기오염파는 간단히 설명하면 대기오염이 특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이다. 이 연구에서는 대기오염파 현상을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전체 측정값 중 상위 5%에 해당하는 수준인 62.1㎍/㎥ 이상이 최소 2일 이상 지속되는 기간으로 정의했다. 한파는 하루 평균 기온이 전체 측정값 중 하위 5% 보다 낮고 최소 2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파와 대기오염파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지속기간은 1~10일 정도였다. 또한 대기오염파와 한파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동 현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은 허난성 충칭시 등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중국 전역을 0.5°×0.5° 격자로 나눠 분석했다. 2000~2018년 자료를 분석해 초미세먼지와 한파가 동시 발생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초미세먼지의 경우 중국 고해상도 대기오염물질(China High Air Pollutants) 데이터세트 △중국 기상청의 기상 자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사회경제 자료(인구밀도) △중국 도시 통계연감 등이다.

물론 이 연구는 대기 오염 물질 확산과 한파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후대와 지형, 수역 및 토지 피복 유형과 같은 지리적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다양한 기후대와 지형을 가진 중국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인 5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에 눈이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초미세먼지 농도만큼 어디서 발생했는지도 중요해 = 초미세먼지는 체내 활성산소종(ROS) 생성과도 관련이 있다. 활성산소종이 체내에 과도해지면 세포막을 손상시키거나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실린 논문 ‘수용성 초미세먼지에 의한 활성산소종 생성과 관련된 유기 에어로졸’에 따르면, 동일한 초미세먼지라도 어디서 유래했는지에 따라 활성산소종을 생성하는 정도가 달랐다. 나무나 풀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연소 에어로졸이 가장 강한 활성산소종 생성 능력이 있었다. 또한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두번째로 많은 활성산소종을 생성했다. 초미세먼지 양도 중요하지만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미국 남동부의 도시와 농촌 지역 6곳의 공기를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하루 23시간씩 연속 채취했다. 고성능 분석기(AMS) 등으로 채취한 시료 속 유기물질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한 뒤 초미세먼지를 정제수에 녹였다. 초미세먼지의 산화능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디티오트레이톨(DTT)이 얼마나 빨리 산화되는지 측정해서 활성산소종 생성 속도를 확인했다. 디티오트레이톨 산화 속도가 빠를수록 활성산소 생성이 많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초미세먼지와 활성산소종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있다. 국제학술지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실린 논문 ‘서울에서 측정된 대기 중 초미세먼지의 활성산소종 활성’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세포 내 활성산소종 발생이 증가했다(공기 부피 기준). 이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을 세포 수준에서 연구한 결과다.

연구진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건물 옥상에서 저용량 공기 샘플러 등을 사용해 대기 중 초미세먼지 시료를 2013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수집했다. 원소·이온·탄소 분석 등을 통해 초미세먼지 시료 안에 어떠한 물질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후 실험실에서 배양된 쥐의 폐포 대식세포(면역 시스템의 일종인 단핵포식세포계의 주요 구성원)를 초미세먼지 시료에 노출시킨 뒤 활성산소종이 얼마나 형성되는지 대조군(Zymosan-효모 세포벽에서 추출한 물질로 활성산소종 생성을 유도)과 비교해 측정했다.

물론 이 연구 결과는 샘플 수가 52개로 제한적이며 실험실 연구의 한계로 실제 인체 영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장기간 노출영향평가가 어렵고 발생원 확인이 불확실하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건강 위해성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 가능성 등 여러 의미가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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