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예방 관리체계 전환 시급

선계획·후개발 기본, 공항별 맞춤 프로그램 강화

2025-01-06 13:00:03 게재

울릉공항 등 운용 재점검 필요

“캐나다 밴쿠버 공항 아래쪽에 미국 국경과 인접한 지역에 있는 습지는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자 월동지로 흰기러기(Snow Geese) 수백마리가 찾아오기 때문에 공항에도 영향으로 줄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캐나다 환경부는 이 지역 습지에 대한 환경관리 계획을 세울 때 공항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서식지 변화 등을 안전관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죠.”

6일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최악의 국내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환경연구원의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관리 현황 및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공항 주변에서 추진되는 개발사업들은 공항 안전문제와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개발계획 현황이 공항 안전 관리와 연계되는 절차적 체계가 미비하다. 공항에서의 항공기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노력은 이뤄지고 있지만, 공항 외부요인으로 인한 서식환경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서는 “공항 주변의 조류 충돌 위험지역은 도시개발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을 억제하고 선계획·후개발이 될 수 있도록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 예방을 위해 관리 체계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울릉공항 공사장.

영국 의회 도서관(House of Commons Library)의 보고서 ‘1945~2014년 템스 강 하구 공항 제안들’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템스 강 하구에 공항을 건설하려는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야생조류 충돌로 인한 안전 우려 문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템스 강 하구는 천연기념물인 흑기러기(Brent Geese) 등 철새 약 30만마리가 이동하는 지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전문가들은 “템스 강 하구에 건설하려는 클리프 공항 계획의 경우 영국 10대 주요 공항의 평균(654년에 한번)보다 훨씬 높은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며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조류 관리 프로그램 없이는 안전한 공항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무조건 공항을 짓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안전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 전 세밀한 검토는 기본이다.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철새들의 생활사를 고려한 공항 운용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실린 논문 ‘단일 및 다중 매트릭스 모델의 비교를 통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모델 분석’에 따르면, 공항 별로 지리적 위치와 주변 환경에 따라 서식하는 조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예방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일 및 다중 매트릭스 모델의 비교를 통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모델 분석’ 논문에서는 2005~2013년 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에서 수집된 통합운항정보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항공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조류 종을 파악하고 위험성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하천 하류에 있는 김포와 김해국제공항은 대형 수조류(물가 수면에 서식하는 큰 새)들이 주로 관찰돼 두 모델(단일/다중 매트릭스) 간 평가 결과가 유사했지만 바다와 도심에 인접한 제주국제공항은 소형 조류들이 많은 특성상 모델 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단일 매트릭스 모델은 간단히 설명하면 ‘이 새가 얼마나 크고 얼마나 자주 보이는가’를 주로 평가한 것이다. 다중 매트릭스는 새의 크기와 습성 행동 위치 사고이력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단일 및 다중 매트릭스 모델의 비교를 통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모델 분석’ 논문에서는 “공항별 특성에 맞는 모델 선택과 함께 정확한 조류 동정과 개체 수 파악을 위한 전문 인력 확충 및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릉도 관음도 인근 도로에는 괭이갈매기 찻길 사고가 빈번하다. 그만큼 괭이갈매기 수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울릉공항 등 개항이 얼마 남지 않은 공항 관리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2020년 11월 진행된 울릉공항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괭이갈매기 등 바닷새 정밀조사 실시였다. 조류충돌 저감 방안과 보전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관리·이행 현황’ 자료에서는 ‘평가서에서 괭이갈매기 1쌍이 서식하는 걸로 나타났고 향후 개체 수 증가를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활주로 공사기간 동안 추가 관찰 조사해 서식 개체 수가 증가하면 저감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울릉공항 운영 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예방대책을 수립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 한 바 있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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