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위기가 경제 뒤흔든다”

2025-01-07 13:00:01 게재

DW “윤 권력다툼에 증시·환율 등 타격” … “외국인들, 대체시장으로 눈돌려”

6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된 대통령 윤석열의 공식 거주지 밖에 서서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시도를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부른 정치적 혼란과 위기가 한국 경제를 뒤흔들며 끌어내리고 있다는 외신의 진단이 나왔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은 6일(현지시간) 한국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리에 들어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조사 거부는 물론,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등 권력 다툼에 나선 상황이라면서 이로 인한 정치적 위기가 이미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주식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원화는 가치를 계속 잃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한국 주요 기업들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구름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DW는 이번 위기의 종착점으로 두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하면서 “현재 한국은 표류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나는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고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인데 “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더 큰 분노를 촉발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결과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선거를 추진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한국은행이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기업심리지수(CBSI)가 계엄·탄핵·내란 사태가 촉발된 12월에 87.0으로 전월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면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을 한창 받고 있던 2020년 9월 시점의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또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수출 성장 부진과 소비 감소로 인해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무역 긴장이 악화될 경우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한국은행의 또다른 보고서 내용도 언급했다.

DW는 6일(한국시간) 한국 종합주가지수(KOSPI)가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 이후 몇 주간 이어진 손실을 일부 회복했지만, 전문가들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인한다고 평가한 시장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원화가 최근 달러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17조원 넘게 한국 국채를 매도했다고 확인한 점을 들며 “국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같은 ‘경제 폭풍’은 기업 실적이 수개월간 부진을 보인 뒤 발생했고, 지난 주 한국 정부가 2024년 11개월 동안 세수가 2023년 대비 8조5000억원 감소했다고 발표했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김대중평화재단 이사였던 김상우 전 의원(새정치국민회의)은 “지난 한달간 목격한 정치적 혼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온건한 표현일 것”이라면서 “원화는 이미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였지만, 이번 혼란으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 현재 누가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더 우려스럽다”고 DW에 말했다. 그는 “이는 기업들에게 매우 불안한 상황이며, 이들은 내년도 계획 세우기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W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도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위험 요소로 꼽았다. 수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복귀로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 이들 한국 기업은 미국이 중국을 생산체인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로 인해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는 “트럼프가 관세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어떤 압력을 가할지에 대해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취할 조치는 여기에도 심각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며, 특히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DW에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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