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체포영장 저항 ‘경호처’ 폐지 추진
경찰청 이관 법안 잇따라 “친위대 아닌 국민 경호국”
야당이 대통령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청 소속 경호국을 신설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한 경호처 수뇌부에 대한 비판이 높은 가운데 실제 폐지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7일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 등 ‘대통령 경호처 폐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의 민형배 의원도 6일 경호처 폐지법안을 내놨고,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폐지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이들 의원들의 개정안은 현행 대통령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에 대통령 경호국을 만들어 국가원수 등의 경호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차관급인 경호처장 대신 치안정감이 대통령 경호국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황명선 의원은 “경호처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집행을 방해하는 형태까지 보였다”면서 “막대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직속기구로 존재하고 있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경호처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서 윤석열 개인의 사병조직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호처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형배 의원은 “윤석열의 내란 사태 와중에 대통령 경호처가 보인 위헌·위법적 행태는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법률 개정을 통해 경호 조직의 권력 남용 폐해를 근절하고 민주주의 시대에 맞는 경호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의원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국가원수 경호조직을 직속기구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별도의 대통령 경호조직을 두고 있는 미국도 백악관이 아니라 국토안보부 소속”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런던광역경찰청 특별임무국, 캐나다는 연방경찰청 경호경비부, 일본은 경찰청과 경시청에서 국가 정상 경호를 각각 맡고 있다.
현 대통령 경호처는 1실 3본부(경호본부, 경비안전본부, 지원본부) 체제로 특정직, 일반직을 포함해 750명에 달하는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과 함께 대통령 직속기구로 규정돼 경호처장은 차관급이다.
민주당 등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조직은 이승만정부 시절인 1949년 경무대경찰서 담당으로 출발해 제2공화국까지 경찰이 맡았다. 제3공화국 시절인 1963년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 직속의 경호실 체제로 들어섰다. 이후 군사정권이 이어지면서 대통령 경호조직은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이끌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이명박정부 들어 대통령실 산하 차관급 경호처로 격하됐지만 박근혜정부에서 경호실로 재승격됐다가 문재인정부에서 경호처로 환원됐다. 문재인정부 당시 경호처 개편 논의가 있었으나 실제 폐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체포영장 집행과 경호처 지도부의 극렬 저항이 빚어지면서 경호처 이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전면으로 부상한 양상이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경호처 폐지·이관을 통해 권력화와 경호책임자의 직권남용 방지를 주장하고 있어 개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