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징계안 한달 3건씩…윤리특위 없어 ‘엄포’만
민주당 11건·국민의힘 10건, 상대당 의원 징계안 제출
“윤리특위 상설화 … 자문기구 독립기구화” 제안
거대 양당이 상대를 향해 징계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논의할 윤리특위는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거대양당이 자정능력은 제거한 채 ‘셀프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난해 5월말이후 현재까지 7개월여 동안 21건의 징계안이 접수됐다. 한 달에 평균 3건의 징계안이 제출된 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의해 민주당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의안이 10건이었고 반대로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의원을 지목해 징계의지를 보인 게 11건이었다.
13대 국회와 14대 국회에서는 각각 4년간 5건, 3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15대엔 44건으로 늘었다가 16대에 13건으로 줄었다. 17대 37건, 18대 57건, 19대 39건, 20대 47건 등 30~50건 수준에서 징계안이 제출됐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건 정도의 징계안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해 입법독주가 이어졌던 21대 국회에서도 51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다. 한 달에 평균 1건 이상(1.06건)의 징계요구가 나온 셈이다.
문제는 징계안이 아무리 제출돼도 심사할 수 있는 윤리특위가 없다는 점이다. 윤리심사자문위는 구성돼 있지만 윤리특위가 징계안에 대한 자문을 요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징계안을 검토할 수조차 없고 윤리특위가 없어 심사할 수도 없다.
윤리특위는 1987년 민주화 운동 직후인 1991년에 상설기구로 신설됐다. 하지만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때 여야가 상임위 자리를 늘리면서 윤리특위를 비상설 상임위로 전환했다.
비상설의 경우엔 여야의 합의에 따라 운영기간을 정해 의결해야 하는데 합의가 안 될 경우엔 특위 구성 자체가 안 될 수 있다. 결국 2019년 6월말에 활동기간이 끝난 후 20대 국회가 종료되는 2020년 5월말까지 거의 1년 동안 가동을 멈췄다.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2022년 6월말에 활동시한이 마감됐지만 여야가 연장하지 않아 11월까지 운영을 중단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원구성 협상에서 윤리특위는 배제됐다. 거대양당의 막말과 행보는 더 거칠어지고 있지만 여야 모두 자정활동을 멈춘 채 서로에게 짜고 치는 ‘약속 겨루기’나 ‘빈총 쏘기’만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윤리특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동안의 활동을 보면 형식치레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국회 자정능력 회복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전진영 정치의회팀장은 “국회의원은 입법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직무범위도 매우 포괄적이다. 따라서 의원은 그 직무수행에서 일반 공직자보다도 엄격한 윤리성과 도덕성을 준수할 것이 기대된다는 점에서도 이를 감독하고 심사할 상시적인 의원윤리기구의 운영은 매우 중요하다”며 “주요국의 의회는 대부분 윤리심사기구를 별도의 상임위원회로 설치하고, 여야정당 동수로 위원을 구성하는 등 공정성과 비당파성이 준수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원에 의한 의원윤리 심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의원이 아닌 외부인으로 구성되는 윤리심사자문기구를 운영하는 국가도 증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개선방안은 비상설 윤리특위를 다시 상설화하는 방향을 중심으로 제안되어 왔다”며 “의원윤리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이를 심사할 수 있는 조직이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입법조사처는 미 연방하원이 운영하고 있는 윤리위원회(Committee on Ethics)와 윤리실(Office of Congressional Ethics)로 소개했다.
하원 윤리위원회는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다수당과 소수당 의원을 각 5명씩, 총 10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하원윤리실은 의원이 아닌 조사위원 6인과 예비위원 2인 등 총 8명이 하원의원・직원의 비위행위를 독립적・비당파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하원 윤리위원회에 보고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2023년에는 일반 국민도 하원 윤리위원회에 의원윤리 위반 혐의를 직접 신고할 수 있게 됐다. 하원윤리실이 예비조사에서 종결한 사안일지라도 하원 윤리위원회가 다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