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우려 비급여…본인부담 최대 95% 추진
정부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 … “필수의료 살리기” vs “보험사 이익 대변”
남용 우려가 있는 비급여 부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은 가운데 정부가 본인부담 최대 95%로 인상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관련해서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방안이라는 찬성과 보험사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 지적이 분분하다.▶관련기사 10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불필요한 도수치료 등 비중증 비급여 의료행위 일부를 관리급여로 편입해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중증 위주로 보장하는 5세대 실손보험안을 내놓았다.
◆ 과잉우려 비급여 ‘관리급여’로 전환 = 정부 비급여관리방안을 보면 우선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한다. 그렇게 되면 건보체계에서 가격과 진료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므로써 의료기관별로 다른 가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본인부담률을 90~95%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진료량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의료기관별 진료비 격차가 지나치게 큰 항목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비급여 진료비 1위인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영양주사 등이 예상된다.
급여비급여 동시 진료에 대해 일부 제한을 추진한다. 다만 병행진료 급여 제한으로 불이익을 받는 환자가 없도록 의학적 필요가 있다면 급여를 인정하는 별도 기준을 만든다.
비급여 재평가를 통해 사용 목적과 대상 등을 명확히 하는 한편 재평가 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부족한 항목은 퇴출한다. 의료기관마다 달리 쓰는 비급여 항목 명칭을 표준화한다. ‘신데렐라 주사’로 불리는 비급여 주사제를 주성분 기준으로 ‘티옥트산 주사’라고 표시하는 식이다.
또 비급여 항목의 가격뿐만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급여 항목 등의 정보도 소상히 공개한다. ‘비급여 통합 포털’에서 환자가 비급여 항목에 대해 전국 최저·최고가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비급여진료 전에 가격, 처방 사유,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 등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받는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비급여 관리 강화로 절감된 재정을 지역·필수의료에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정부 안을 두고 비급여 보고와 관리에 더해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관리급여는 건강보험 재정이 들기 때문에 소수만 가능하다”며 “급여와 혼합되는 비급여는 전부 다 보고하도록 하고 그렇게 파악된 비급여에 대해선 정부가 가격 가이드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비급여 원가를 확인해 공시하고 원가 정보가 쌓이면 이를 기준으로 한 권장가격을 만들어 소비자가 알게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은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대부분의 비급여 항목 상위 랭킹에 근골격계 질환이 집중된 것은 단순한 도덕적 해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치료가 생김으로써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며 의료비 상승의 주 원인을 ‘과잉·남용’ 비급여로 보는데 이견을 냈다.
한편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용범위를 넘어서는 비급여 분야를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어 “의료계 내부에서 자정 노력을 통해 외부 규제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소비자가 비급여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이해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중증질환 보장 확대 의문 제기 = 비중증 비급여 보장을 축소하고 중증위주 보장 강화한다는 5세대 실손보험안도 찬반이 갈렸다.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비급여 가격·이용량 증가가 결국 필수의료 종사 인력의 수익을 낮추고, 미래 인력이 필수 분야를 기피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필수의료 중증 질환 중심으로의 보장성 강화는 건강보험 개혁과 유사한 방향성이기 때문에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이사는 “근본적인 개편으로 인해 상품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막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당국 의지에 공감한다”며 “중증 질환 위주의 개편안은 일견 타당하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보장성 축소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이 확대된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개혁안에 비급여를 특약으로 넣고 대상을 산정특례 등록자로 한정했는데 산정특례제도 자체가 완벽한 게 아니라 중증질환을 모두 커버한다고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산정특례는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질환자 등을 등록시켜 의료비를 덜어준다. 안 대표는 “실손에 가입하지 않은 1600만 국민에 대한 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 범위와 속도 조절 의견도 나왔다. 서인석 로체스터병원장는 “항암 환자들 무균식 주는 것, 심부전 환자들 저염식 주는 것도 치료 목적이 아닌 단순 밥값으로 봐야 하냐”며 “실손보험 전체에 손대지 말고 일단 문제가 되는 항목만 관리하고 점점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했다.
관련해서 정부 관계자들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의료체계 정상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보장성 축소 우려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우경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원칙적으로 치료에 필요한 것은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홍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상품감독국장은 “산정특례 대상 미포함자 등 보장 사각지대 우려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의개특위는 토론회 의견을 수렴해 의료개혁 2차 실행안을 마련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