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개발·보급이 시급하다

2015-09-03 10:45:05 게재

30여종 개발, 공표

법에 '사용 의무조항' 필요

구두계약으로 일을 시작하는 사례가 많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위해 각 분야별 표준계약서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여종의 표준계약서가 개발돼 있으나 그 수가 적을뿐더러 예술인 복지법상 표준계약서 체결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다.


분야별 표준계약서 개발돼야 = 문화체육관광부가 산하기관을 중심으로 표준계약서를 개발하고 있으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기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공표된 표준계약서는 30여종으로 △영화 분야 △대중예술 분야 △공연예술 분야 △만화 분야 △출판 분야 등이다.

표준계약서는 각 분야별로 해당되는 사례마다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영화 분야의 경우 △표준상영계약서 △표준시나리오계약서 △표준근로계약서 △영화투자표준계약서 등으로 여러 종류의 표준계약서가 개발돼 있다.

그러나 이 외 미술, 음악, 건축 등 여타 다른 분야의 표준계약서는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또 문화예술 분야 표준계약서의 경우 다양한 현장 사례들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보다 세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사무처장은 "예술현장의 특성상 계약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 표준계약서들을 정교하게 만들고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예컨대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의 경우 공공미술 프로젝트, 민간화랑 계약서, 미술관 전시 계약서 등 큰 틀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보다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시각예술과 관련된 표준계약서 유형이 20~30개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서면계약 의무' 개정안 발의 = 예술인 복지법을 보다 강화,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표준계약서 사용은 의무가 아니다. 다만 "국가는 문화예술 영역에 관해 계약서 표준양식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해야 한다"고 '보급' 규정이 명시돼 있을 뿐이다. 때문에 예술인복지재단이 표준계약서 사용을 독려하고 있음에도 실제 이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위해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에 '표준계약서 의무사용' 조항이 명시되기도 했으나 삭제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국가는 문화예술 영역에 관하여 계약서 표준양식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해야 하며, 계약당사자는 계약서 표준양식에 준해 계약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적으로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삭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지난 7월 예술인들이 계약을 할 때 서면계약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계약의 당사자가 계약서를 주고받게 돼 있다. 이 개정안에는 "문화예술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용역과 관련된 계약의 당사자는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 등이 명시돼 있다.

또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이 예술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계약서 표준양식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도원 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위원장은 "현장에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도제식 시스템이 강하게 남아 있어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하기 어렵다"면서 "표준계약서 보급을 위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예술인복지재단은 표준계약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체결한 예술인과 고용주 모두에게 고용보험료 및 국민연금료 50%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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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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