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에게 '복지'를 │② 예술인 복지 지원사업

창작준비금 지원사업 성격 모호

2015-09-03 10:52:35 게재

'고용보험' 인지 '긴급복지' 인지 애매 … 신진 예술인 위한 별도 '예술인 활동증명' 필요

지난 6월, 생활고로 추정되는 예술인들의 죽음 이후에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올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배정된 110억원의 예산이 기획재정부에서 '수시배정' 예산으로 묶여 집행되지 않다가 이 사건 이후에야 집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단 올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이 늦게 시작된 것 외에도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고 예술노동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예술인 활동증명을 받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로 정해진 기준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신진 예술인들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실적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술노동 특수성 고려해야 =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창작준비 기간 동안 별다른 수입이 없는 예술인의 창작 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업이라고 정의된다. 1인당 월 100만원씩 최대 300만원을 3500여명의 예술인들에게 지원하며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그런데 이 사업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업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예술인을 위한 실업급여 성격을 띠는 것인지 '당장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건복지부 제도인 '긴급복지'에 해당하는 것인지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역시 복지부의 '긴급복지'와 유사한 제도라는 판단에 창작준비금 지원사업 예산을 '수시배정'으로 지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에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동시에 지원대상에는 가구 소득 최저생계비, 건강보험료 최저생계비 등의 기준이 명시돼 있다. 이러한 기준들은 복지부의 긴급복지 제도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사무처장은 "현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고용보험을 대체하겠다는 취지가 있으면서도 사업 성격은 긴급복지처럼 설계, 결국 기재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영화 분야에는 '훈련인센티브'라고 해서 일을 하고 다음 일을 시작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교육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예술노동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활동증명 예술인 1만7647명 불과 = 이와 함께 '예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처음 일을 시작하려는 신진 예술인들에게 예술인 복지 지원사업의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술인 복지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인 활동증명을 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완화, 신진 예술인들에게도 혜택을 주자는 얘기다.

예술인 활동증명을 받기 위해서는 문학, 사진, 건축, 미술, 국악, 무용 등 각 분야별로 정해진 기준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예컨대 문학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5편 이상의 시(동시), 시조, 수필 작품을 문예지 등에 발표한 실적이 있는 자' 등의 기준이 있다.

그러나 '신진' 예술인들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실적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없도록 이들을 위한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지연 예술인소셜유니온 정책위원은 "신진 예술인들을 위한 '준예술인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처럼 신진 예술인의 경우 3년 동안은 기준이 미달돼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보다 많은 예술인들이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기 위해 예술인 등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8월 28일 기준 예술인 활동증명을 한 예술인은 1만7647명이다. 이는 공연예술인만을 고려하더라도 2013년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른 종사자 수 6만2071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를 위해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예술활동을 했던 것이 증명이 되는 예술인들을 일괄 등록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의 예술인 등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정책위원은 "전국 연극제와 영화제 사무국과 연계, 참여 예술인들을 일괄 등록하거나 문화예술법인 혹은 개인사업자에게 구성원 전체를 일괄 등록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 "국공립극장이나 전시장과 연계해서 공연·전시를 하는 단체에 예술활동 증명 일괄 등록을 권유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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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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