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안하는 '예술인복지재단'

2015-09-03 10:46:56 게재

거버넌스 아닌 '사업시행기관' 전락

"문체부, 독립성보장해야"

예술인 복지 사업을 추진하는 실무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시행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조직과 예산에 대한 관리·감독을 무기로 복지재단에 자율성을 주지 않는 문화체육관광부 탓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예술인들의 신뢰 잃어 = 2013년에만 해도 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들과 소통하는 창구를 열어놓았으나 최근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3년에 구성된 예술인 활동증명 자격기준·심사기준 등에 대한 TF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연극협회,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예술인소셜유니온 등 다양한 협회, 단체의 구성원들이 포함됐다. TF에서 논의한 내용들은 실제로 지원사업에 반영됐다.

그런데 2014년에 이르면 예술인복지재단은 심사가 끝난 공모 사업을 폐지하기도 하는 등 예술인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당시 예술인복지재단은 '현장예술인 교육지원사업'을 추진하던 중 사업을 폐지하고 해당 예산 10억원을 '예술인 긴급복지 지원사업'에 통합했다. 해당 사업의 공모에 응했던 한국작가회의는 "이미 공모와 지원, 심사를 마친 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이유와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예술인복지재단 출범 이전 자문을 했던 예술인 A씨는 "그 때 예술인복지재단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 예술인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사무처장은 "TF 논의 결과, 2014년도에 예술 현장의 현실적 조건에 맞게 예술인 활동증명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예술인복지재단의 경우 단순히 사업을 시행하기 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현장을 조사, 연구하고 지원사업들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을 대변, 정부 입장과 예술인의 입장을 조율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새 대표는 '낙하산 논란' = 이는 예술인복지재단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체부가 산하기관인 예술인복지재단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빚어진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11월에 출범한 예술인복지재단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된 2013년 9월 '갑질' 논란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 문체부 담당 과장이 예술인복지재단 대표를 상대로 "찍어서 자르겠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대표의 공석이 1년 가까이 이어졌다. 당시 대표가 2013년 10월 사임한 후 예술인복지재단은 1년만인 2014년 10월에서야 새 대표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A씨는 "예술인복지재단은 미처 전문성을 쌓기도 전에 '갑질' '대표 공석' '새 대표의 낙하산 논란' 등으로 힘들어 해야 했다"면서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해 보려 해도 여건이 그렇지 못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인들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지역에서의 사업설명회 개최를 늘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역에서 사업설명회를 할 경우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예술인복지재단은 사업 내용, 정산 등에 대해 문체부에 보고하는데 이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며 개입이나 간섭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곧 예술인 실태조사를 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예술인복지재단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예술인에게 '복지'를 │② 예술인 복지 지원사업] 창작준비금 지원사업 성격 모호
-표준계약서 개발·보급이 시급하다
-[기고]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예술-빈곤'에서 벗어난 새로운 프레임을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