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CEO 3인의 CES 참관기

"중국기업 발전속도 무서울 정도"

2016-01-20 10:22:16 게재

독창성·기술력으로 CES 장악 … "융합과 협력으로 경쟁력 갖춰야"

"중국기업의 창조성과 기술력에 놀랐다.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크게 혁신하지 않으면 중국기업들에 밀려 날 것이다."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방문했던 중소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기업의 발전에 놀랐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금 중국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과 기업인이 크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으로 시장 주도 = 산업용 자동제어장비와 시스템통합 분야 전문업체로 자리잡은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는 많은 고민을 안고 5일 미국에 도착했다.

CES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성 대표는 두 눈을 의심했다. 중국기업들이 전시장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다. 순간 중국 전시장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반면 한국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성 대표는 중국기업 기술력에 충격을 받았다. 드론(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 스마트카(Smart Car) 로봇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기술로 꼽히는 분야에서도 세계 수준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가전 뿐만아니라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서도 한국과 기술격차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앞섰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CES는 중국이 '짝퉁의 나라'가 아닌 창의성과 기술력으로 세계 비즈니스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기업의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한국기업에 이미 위기가 닥친 게 분명하다."

성 대표는 "통큰 협력과 융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카 분야를 주목했다. 구글 퀄컴 등 세계 글로벌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기업들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성 대표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협력하면 세계 스마트카 시장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스마트카 부품과 시스템 분야에서 중소기업과 협력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성 대표는 귀국 후 회사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비즈니스 흐름이 맞게 여의시스템 구조도 바꾸는 작업이다. 특히 전기자동차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 대표는 "여의시스템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틈새시장을 찾아 새롭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의존형 생존 어려워 = LG전자 1차 협력사 대표 A씨도 "중국기업이 IT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해 한국 중소기업의 선택 폭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중소기업인으로서 많은 숙제를 안고 왔다"고 말했다.

매년 CES를 방문해온 A씨는 올해 중국기업의 변화에 더욱 놀랐다. 변화 속도 때문이다.

A씨는 "중국기업 기술력은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다"면서 "중소기업들은 잠시라도 나태하거나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CES를 통해 '대기업 의존 탈피'를 마음에 새겼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을수록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이를 위해 CEO의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용컴퓨터 전문업체 앤디코 이호용 대표는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찾으려 CES를 찾았다. 이 대표는 하루에 2만보 이상을 걸으며 각 부스를 방문했다.

"중국기업이 무섭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변하지 않으면 사망이다." 이 대표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내린 결론은 '융합'과 '변화'다.

이 대표의 주력 기술이 IT분야인 만큼 중국기업의 발전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IoT 영역에서도 중국기업은 이미 모방에서 독창성으로 무장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 대표는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기업들은 정부정책 지원에 힘입어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드론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고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1인용 드론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제도가 오히려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중소기업간 융합과 협력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뭉치고 변화하지 않으면 짧게는 5년 안돼 중국기업에 의해 사라질 중소기업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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