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봉무초 미르도서관

사람과 지식 연결…학생 의견 반영'따로 또 같이' 공간 호평

2024-10-24 13:00:01 게재

교과 수업 지원 위해 연구회 활동·다양한 방식으로 문해력 성장 도와 … 학교 차원 전폭적 지지·지난해 교내 예산의 14% 사용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제61회 전국도서관대회전시회 개회식에서 2024년 도서관 운영 및 서비스 발전에 기여한 우수도서관으로 48개 기관을 선정하고 정부포상 등을 수여했다. 이날 성남시 수정도서관과 미르도서관을 운영하는 대구봉무초등학교는 각각 공공도서관 부문과 학교도서관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외 국무총리 표창 6개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 7개관, 문체부 장관 표창 33개관이 선정됐다. 2024년 도서관 운영 유공 우수도서관 5곳을 탐방한다.

“3차원 ‘체인지 프로젝트’ 중심으로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인지의 한자는 ‘맺을 체’ ‘사람 인’ ‘알 지’를 사용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식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에 따라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학생과 도서관 등 연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1차원은 학교도서관 자체의 운영, 2차원은 학교도서관이 각 학급으로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 3차원은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와 가정과 함께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21일 만난 김혜영 대구봉무초등학교 사서교사의 일성이다.

21일 방문한 대구봉무초등학교 미르도서관 전경. 사진 이의종

대구봉무초등학교 미르도서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체인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도서관 활용 수업 및 교과 지원 활동, ‘인문학 이데이(Eday)’ 운영, ‘미르도서관 100배 즐기기’ 공책 활용,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대구봉무초등학교는 이같은 미르도서관의 활동에 힘입어 2024년 도서관 운영 유공 우수도서관 학교도서관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교과 관련 책 쉽게 이용하도록 배치 = 미르도서관은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분석해 교과 연계 도서 목록을 비치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각 학년들의 교과서가 바뀌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교육과정을 분석해 목록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김 사서교사는 대구시 사서교사들과 함께 ‘수품책(수업을품은책) 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사서교사는 “수품책 연구회에 참여하는 사서교사 5명이 논의하면서 목록을 개발하고 있는데 1~2학년용은 마쳤고 3~4학년용을 개발할 예정”이라면서 “함께 논의하면서 교과서뿐 아니라 지도서를 보면서 성취 기준을 연구하게 되고 담임교사들이 보다 원하는 책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목록을 개발하면 담임교사들과 상의해 목록을 조정하며 평소 교사들이 요청하는 도서들을 목록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학교도서관에 자료 요청을 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담임교사들이 많은데 연초 전체 회의에서 ‘도서관에 자료를 많이 요청해 달라’고 꼭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미르도서관은 도서관 활용 수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학년 단계에 맞춰 2차시씩 도서관 활용 수업을 실시한다. 1학년 학생들에겐 대출반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2학년 학생들에겐 도서관의 분류체계인 십진분류법에 대해 설명해준다. 4학년 학생들에겐 정보가 담긴 책을 발췌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김 사서교사는 “5학년 때 처음으로 국어 과목에 청구기호가 나오기 때문에 5학년 학생들에겐 청구기호를 알려주고 6학년 학생들에겐 목차와 색인을 찾아보는 법을 교육한다”면서 “발췌독을 알려주면 학생들은 ‘다 읽지 않아도 되냐’면서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르도서관은 학생들이 교과 관련 책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동시집 위인전 등의 책들은 따로 분류해 ‘동시’ ‘위인전’이라고 크게 표기했다. 2학년 학생들이 사회 교과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배울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책들을 모아 전시했다. 특히 학생들이 아시아 등 대륙에 대해 어려워해 대륙별로 책을 모아뒀다.

또한 도서관 활용 수업 외에도 다양한 수업들이 도서관에서 진행된다.

김 사서교사는 “5학년 사회 교과에서는 인권을 공부하는데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도서관에 와서 수업을 진행한다”면서 “사서교사는 정보 책을 읽는 법을 설명하고 이어 담임교사가 인권 책을 읽으며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급 단위로 보다 활발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일괄적으로 정해진 날짜에 방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2주 전부터 신청을 받아 이용하도록 했다”면서 “도서관을 많이 활용하는 교사는 더욱 적극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해 학생들과 수업한다”고 덧붙였다.

미르도서관 앞 복도에서 원화 전시를 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인문학 이데이’에 즐기는 ‘캡슐 뽑기’ = 미르도서관은 학생들의 문해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 이데이는 그 중 하나다.

인문학 이데이는 대구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인문학 교육(Education)의 날’을 의미한다. 경상도 방언 ‘~이데이’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미르도서관은 이날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2분 스피치’ ‘나의 다짐’ ‘기억에 남는 구절 모으기’ ‘끝말잇기’ ‘나라면 이렇게 했을 거예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쓴다.

학생들은 이날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캡슐 뽑기’ 때문이다. 미르도서관은 이날 캡슐 뽑기 기계를 설치하고 독후 활동을 한 학생들이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려 캡슐을 뽑아가게 한다. 학생들은 신이 나서 캡슐을 뽑고 싶어 독후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캡슐에는 500~3000원 상당의 문구들이 들어 있다.

김 사서교사는 “학생들의 독후 활동지를 확인해 주면서 동전을 함께 준다”면서 “학생들이 캡슐을 뽑고 싶어서 독후 활동지를 깜박 하고 못 쓴 학생들은 도서관에 와서 열심히 써서 참여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르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연초에 전교생들에게 미르도서관 100배 즐기기 공책을 나눠준다.

공책에는 ‘나의 독서 다짐’을 적을 수 있는 활동지와 1~6학년 교과서 수록 도서 목록, 미르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봉무 독서인증제 활동지’ ‘인문학 이데이 활동지’ 등이 담겨 있다. ‘봉무 독서인증제’를 위한 ‘책빙고게임’ ‘독서마라톤’ ‘600 독서 챌린지’(가정에서 30가지 방법으로 20분씩 독서하기) ‘주제별책 읽기’ 등을 모두 기록할 수 있다. 학생들은 공책에 독서 활동을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으며 도서관 입장에선 낱장으로 활동지를 제작하는 것보다 품이 덜 든다.

◆전교생 850명, 일 평균 대출 500권 = 대구봉무초등학교는 도서관을 주요 시설로 인식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 예산의 14.03%를 도서관이 사용했을 정도다. 자료구입비로 3500만원을 사용했다. 이런 지원 덕에 미르도서관은 일 평균 500여권이 대출되는 도서관으로 성장했다. 전교생 850여명 중 400여명은 자주 도서관을 찾는다. 실제로 이날 점심시간에 학생들 수십명이 도서관에 찾아와 책을 고르고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은 학생들이 미르도서관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미르도서관은 지난해 리모델링을 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했다. 1~3학년 학생들은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가고 싶은 도서관’에 대해 고민해 그림을 그렸고 4~6학년 학생들은 담임교사와 수업에서 가고 싶은 도서관에 대해 논의했다.

김 사서교사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도서관에 보다 관심을 갖길 바랐다. 또한 김 사서교사는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따로 또 같이’ 편안하게 독서하고 휴식을 할 수 있기를, 따뜻함을 안겨주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1인용 독서 공간. 사진 이의종

그는 “설계사와 고민을 많이 하면서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1인용 독서 공간 4곳을 설치했다”면서 “유리벽들을 철거하고 벽에 도서들을 비치하고 전시서가를 둬서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고 창으로 공원이 보여 훨씬 넓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을 할 때는 신축 건물 도서관에 리모델링을 한다니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완성된 이후엔 모두 ‘너무 잘 했다’며 환영했고 학생들은 ‘또 가고 싶다’며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내일신문·한국도서관협회 공동기획

대구=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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