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대출 풍선효과’차단…당국, 일일 모니터링
주택담보대출 늘어난 새마을금고 ‘은행 관리방식’ 검토
“인터넷은행, 지방은행도 문제”… “다양한 조치 검토중”
은행의 가계대출 심사 강화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금융당국이 경고와 함께 적극적인 관리에 나섰다.
특히 규제가 느슨한 새마을금고 중에서 수도권 금고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과 이달에 급격히 늘면서 금융당국과 행정안전부가 제동을 걸었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감 현황을 일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자료도 넘겨 받아서 각 업권별 가계부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새마을금고는 2000억원, 보험사는 4000억원 가량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 는 부동산PF 리스크로 기업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가계대출도 대폭 축소하면서 그동안 전체적으로 대출 규모가 감소했지만 최근 은행권의 심사 강화로 대출수요가 몰렸다.
◆접근성 좋은 수도권 새마을금고로 몰려 =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에 소재한 조합이 많은 농협이나 신협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수도권에 많이 포진해 있어서 대출 수요자들의 접근성이 좋다”며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새마을금고로 수요가 몰린 이유”라고 말했다. 주로 신규 아파트 분양자 등을 대상으로 한 중도금·잔금 대출 등 집단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은행들이 집단대출 취급을 축소하면서 수요가 새마을금고로 이동했다. 은행에서 만기가 도래한 대출이 대환되는 경우도 늘었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2월과 4월 각각 1조9000억원, 4조9000억원 감소했다가 4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8월 9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에는 5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증가액 중 새마을금고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증가추세가 가팔라서 그대로 둘 경우 은행권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를 경고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9월 이후 은행권 스스로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출 수요가 다른 업권으로 옮겨갈 수 있으나, 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에서 가계부채 관리강화 기조에 맞지 않는 공격적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으며, 특히 일선 창구에서 주담대 중심의 과당경쟁이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잉대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 처장은 “풍선효과가 커지는 것에 대비해 다양한 관리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 일선 금고의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하기로 하는 등 은행권에서 시행하는 있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중도금 대출 건을 중앙회 차원에서 사전검토하고, 대출모집법인 관리에도 나설 전망이다. 현재 50%인 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1금융권(40%)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는 한편, 2금융권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은 확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권 처장은 “각 업권별로 부여된 역할이 조금씩 다른 만큼, 인터넷은행 및 제2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치중하기보다는 은행권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다양한 자금수요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역할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말이나 내달부터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힐 것”이라며 “아직 추가적인 가계부채 규제를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월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774건으로, 전월 거래량인 6289건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2금융권 부실PF 경공매, 매달 1.5조씩 정리 = 한편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부실PF 정리를 위한 경공매가 지난달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9월 약 1조5000억원 가량의 사업장의 경공매가 이뤄졌고, 10월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약 6조원 규모의 부실 PF가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F사업성 평가결과 경공매 대상이 되는 ‘부실우려’ 등급 규모는 13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재구조화와 자율매각 대상인 ‘유의’ 등급 규모는 7조4000억원. 구조조정 대상 PF 규모는 총 21조원이다.
다만 ‘3개월 이내 매각이나 상각 등 정리계획’이 확실한 경우는 경공매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실제 경공매 대상 PF사업장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6조원, 내년 1분기 4조원 가량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단위로 PF 경공매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며 “향후 변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