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치의제도 도입하자│①저효율 의료서비스 개선
진료비 60조 시대 … '각자도생'은 이제 그만
노인 복합질환자 늘고 자살률 세계1위 … 질병예방 건강생활 관리하는 새 의료체계 필요
건강보험 진료비만 60조원이 넘는 시대가 됐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지만 국민의 건강 만족도는 낮고 병들어도 치유를 위해 환자가 스스로 알아서 병의원을 찾아다녀야 한다.
질병예방과 생활 속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의료체계가 없다보니 노인인구에서의 복합질환자는 늘고 있고 자살률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이를 반영하듯 촛불시민들의 새사회에 대한 바램 중에 '가족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질병을 예방하고 발병 시 초기 대응하며 관리해 주는 새 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가톨릭대의대 교수는 "의료를 환자개인이 자의적으로 대처하도록 방치하면 제 때 받아야 할 의료서비스나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의약품의 중복이나 오남용, 진단검사의 반복,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비용도 낭비된다"며 "이런 이유로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민 개인에게 자신의 주치의를 두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병후 치료에만 의료체계 집중돼 = 수많은 건강·의료 지표들은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고비용·저효율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 연령에서 58조원, 노인인구 662만명이 21조원 이상을 사용했다. 2014년도 보다 각각 3조6000억원,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건강예방관리와 동떨어져 있는 의료체계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인질환은 사전 관리가 중요한데 노인진료는 사후치료에만 집중되어 임종직전까지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생애의료비의 1/3을 사용하고 있다.
발병후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매우 큰 치매로 진료한 인원이 2015년 40만명을 넘어섰다. 더욱이 치매특별등급 이외의 치매환자는 치매 특성에 맞춘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일반 노인성질환자와 섞여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환자도 1000만명 시대, 2030년에는 30세 이상 인구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4년 노인실태조사(보건사회연구원) 결과, 의사 진단을 받은 노인만성질환 유병률은 90%이고 복합질환자는 7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여러 의약품을 동시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노인의 개인별 생리특성에 따라 약물 유해반응 가능성도 높다. 한달 동안 외래 의약품을 처방받은 65세 이상 연령층의 평균 의약품 성분수는 6.72개, 매일 복용하는 의약품 성분수는 평균 4.02개로 조사됐다.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의 순간도 불행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8.5명이고 노인자살률은 64.2명이다. 세계 최고 자살률이다. 노인자살률은 OECD 평균의 3.3배나 된다. 죽음의 질 수준은 선진국 40개국 중 32위로 낮다.
말기암 환자 중심으로 말기환자 돌봄체계를 시작하고 있을 뿐 아직 암 이외 말기환자가족에게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회차원에서 예방적 건강관리 절실 = 이런 낙후된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방중심의 보건의료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14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자기건강관리 능력의 향상과 만성질환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질환관리 강화가 필요하고 △우울증상도 연령이 높을수록 비율이 높으니 노년기 진입 이전부터 우울증 관리 등 정신건강에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며 △금연 절주 신체활동 영양 균형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일차예방차원의 건강관리가 필요 △지역사회차원에서 건강관리가 강화되고 노인 건강수준 향상을 위한 예방적 건강정책 강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차의료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질 낮은 의료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강없으면 국민의 행복한 삶도 없기에 일상생활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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