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개인 의료서비스 질 높일 전담의사 필요"
국민이 직접 건강권 챙겨야
1000만 촛불시민들이 광장에 나서 남녀노소, 출신지역이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한국사회의 적폐, 사회 정의와 불평등 타파를 외치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권의 의료농단에 대한 분노는 의료체계를 질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의료정책은 공급자를 우선시 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그로인해 우리나라는 수준 높은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실제 그 의료서비스는 낙후돼 국민은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알아서 챙겨야 하는 '건강도 각자도생 시대'에 살아 왔다. 이에 내일신문은 환자·국민의 눈으로 그 개선점을 찾고자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를 지난해 12월 28일 만났다.
■ 진료현장에서 환자의 가장 큰 불만은?
환자는 기승전'설명'을 가장 많이 외친다. "왜 설명을 안 해주냐" "2시간 기다려 1분 진료 보고 설명을 안 해준다" "의료사고가 났는데 설명이 없다" 등 설명 부족에 대한 불만이 크다. 설명을 해주는데도 환자 눈높이에 맞지 않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인격적·인간적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 말 자르고, 반말 하고, 외국어를 섞어 쓰는 경우도 있다. 괴리감 느낀다. 환자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야 한다. 설명으로 부족하면 집에서 지켜야 할 생활 수칙들이나 안내문을 자료로 줬으면 좋겠다.
■ 환자들이 큰병원으로 바로 가려는 이유는?
1차의료에 대한 신뢰가 적기 때문이다. 3차로 가면 비용 부담은 크고 대기시간도 길지만 그만큼 의료의 질이 좋다.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환자가 의료의 질이 좋은 곳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제일 급한 질환 외 다른 증상에 대해서도 문의를 하고 싶지만 개원의는 90%가 전문의이어서 다른 증상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예 대학병원이 편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3차에서는 응급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가 바로 이뤄지고 진료과가 많아서 복합적인 진단도 이뤄진다.
■ 동네의료에 대한 신뢰가 적어 보인다
지금도 주치의나 단골의사라고 불러도 좋을 합당한 의사들이 있다. 환자가 원하는 의료를 잘 하는 의사들이 있다. 그들 중 손해 보지 않고 진료하는 의사들도 있다.
문제는 최근 백옥주사, 신데렐라 주사, 마늘주사, 태반주사 등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까지 권유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업적 의원들이 많아지다 보니 1차의료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더 적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지역사회 맘카페에 "우리 아이 증상이 이런데"라고 올리면 의료정보나 좋은 병의원 소개가 쏟아진다. 만성질환 환자도 환우회에 문의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한다.
과잉진단도 문제다. 상급종합병원 못지않게 1차의료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치료부분에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약제가 있는데도 비급여 처방을 내리는 문제가 있다. 의원이지만 건강검진센터를 겸하는 경우 고가의 종합건강검진을 권하기도. 실손보험과 연결돼 과잉진료를 하는 경향이 최근 더 늘어나고 있다.
■ 환자의 의료쇼핑도 문제 아닌가
있기는 한데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한번 따져 봐야 한다. 갑상선암 확인하는데 오진이 아닐까 해서 2~3곳 다닌다. 디스크 같은 것도 미심쩍어 다시 같은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신뢰 할 수 있는 전담의사나 주치의가 없다보니 발생하는 것이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오전에는 한의원, 오후에는 정형외과에 들리는 일부 의료쇼핑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또한 주치의가 없다보니 건강관리와 치료를 자의적으로 진행하는 폐단이 생긴다.
■ 주치의제도 도입에 찬성하는가
주치의제도라는 용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내용면에서 당연히 찬성이다. 고령화시대에 국민이 자길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의사가 환자를 전담해 치료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환자들은 2차 3차병원을 빨리 가서 수술을 빨리 받을 수 있는 '속성 진료 문화'에 익숙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의료문화와 정서가 결합된 주치의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 이런 모델이 아직 없으니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직역이나 학자들이 자기 방안들만 고집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 국민이 원하는 주치의는
먼저 의사의 1차의료 실력 수준이 높아야 한다. 가정의학과 전공 수준에 준하는 정도는 돼야 한다. 6년 의과대학교 졸업하고 개원해도 만성질환 관리나 1차의료 진료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주치의 수준은 그 이상이다. 환자들은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 관리, 질병 예방, 정신 및 정서적 스트레스·식습관·운동·수면·건강식품 등의 건강 상담에 까지 이르고,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을 위한 인격적 진료와 환자 눈높이에 맞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까지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일정기간 전문교육을 받고 배치해야 한다. 또한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상담 심리 교육도 해야 한다.
■ 우리나라 주치의제도 도입에 더 필요한 부분은
진료행위에 대한 인센티브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면 의원이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검사나 치료를 많이 해야 수익이 생긴다면 좋은 주치의가 나오기 쉽지 않다.
영국식 '주치의제도'에서 강조하는 문지기 역할(Gatekeeper)보다 주치의는 질병치료, 만성질환관리, 질병예방, 건강상담 등에 관한 조정자 역할(Navigator)을 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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