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치의제도 도입하자│② 적정진료 조정

'첫 진료' '생활관리'로 국민 건강수준 개선

2017-01-10 11:21:50 게재

메르스 같은 감염병 차단 한몫 … 약 복용 부작용, 과다진료, 비용낭비 막는 효과도

'80대 노인이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된다며 진료실을 방문했다. 노인은 고혈압 기관지염 천식 전립선비대증 소화불량 등으로 동네 A내과 이비인후과 B내과 비뇨기과를 다녔다. 두 달간 기관지확장제와 항생제를 포함해 18가지 약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혈액검사 결과, 적혈구 혈소판 백혈구가 모두 감소했다. 위내시경 검사 결과, 식도에 진균 감염 소견이 나타났다. 노인의 증상은 여러 약물을 복용하면서 발생한 부작용과 항생제 장기투여로 골수기능이 억제되어 나타난 것이다. 약을 3가지만 남기고 모두 줄이자 7일 만에 증상이 좋아졌다'

환자가 자기 판단으로 여러 의료기관에서 동시에 진료 받으면서 생긴 부작용 사례이다. 이 노인에게 주치의가 있었다면 약물을 조정하면서 최소 복용으로 처방을 받았을 것이다.

'지방의 80대 노인이 동네의원에서 혈당관리를 받아 왔다. 그런데 서울의 아들이 효도하겠다며 대학병원 건강검진을 하도록 했다. 그 후 전립선 증상은 비뇨기관에서, 고혈압은 순환기내과에서, 그리고 혈당관리는 가정의학과에서 받게 됐다. 이른 봄에 기침과 객혈로 동네 병원에서 폐CT 검사를 받았지만 그 결과를 듣지 못하고 다시 대학병원을 찾아 그 CT필름을 등록하고 감기약 처방을 받아 복용했다. 감기 증상이 좋아지자 CT필름 결과를 알아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수개월 지난 어느날 다시 객혈이 생겨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앞서 등록한 CT필름 상에 폐암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하게 됐다'

진단이 늦어진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주치의가 있었다면 이 노인은 좀 더 수월하게 진료할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는 아직 주치의제도가 없다.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건강주치의제가 올 연말에 시행될 예정일 뿐이다. 대한민국 일반국민들은 주치의라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면서 동네 단골의사에 자기건강을 기대곤 한다. 하지만 단골의사와 주치의는 차원이 다르다. 단골의사라 하더라도 의무적으로 생활건강 관리와 질병 치료 조정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노인인구와 만성질환 증가 대비반드시 필요 = 유럽 미국 등 주치의제를 미리 도입한 나라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주치의제는 환자의 일상 생활 건강을 관리하면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최초 진료를 하며 다른 전문과목진료 등도 안내 조정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결과로 사망률이 감소하고 병원 입원이 줄고 외래감염질환으로부터 차단효과가 있으며, 전반적인 국민건강수준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노인과 영유아의 건강수준이 개선됐다.

환자가 주치의에게 최초진료를 받기 때문에 2015년 5월부터 전국민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감염병 사태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시 메르스 감염자들이 자의적으로 여러 병원을 이용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특히 주치의의 환자질환관리 조정 기능은 약물 부작용, 과다진료 등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 이사(가톨릭대의대 교수)는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 체계적인 환자 병력을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중복 검진·약복용·진료를 막을 수 있다"며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주치의제도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환자와 의사, 받아들일 수 있게 추진해야 = 주치의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주치의 인력 확보,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이뤄져야 하고 주치의 수가체계 구성, 주치의 외 다른 의사에게 진료 허용'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차의료연구회 연구자료에 따르면, 주치의의 자격은 모든 개원의에 개방을 하되 주치의 활동을 적합하게 할 수 있는 전문교육을 받아야 한다. 향후 주치의 제도가 정착된 이후에는 전문주치의로 제한하자는 의견도 있다.

특히 주치의 활동에 대한 광범위한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주치의 수입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치의 수가체계는 총 관리 인원수 개념으로 수가를 지급하는 인두제 방식에행위별 수가제를 혼합하는 방식을 많이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환자의 건강증진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주치의를 중심으로 하되, 의사나 환자 모두 다른 의사를 이용할 수 있고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초기 주치의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시민들이나 의사들로부터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가 주치의를 주로 이용할 경우 포괄적 서비스 제공과 본인부담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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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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