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빈곤화는 세계적 추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충격에서 못 벗어나

2017-05-23 11:00:34 게재

노인위주 복지정책 한몫

2008년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청년의 소득과 일자리에 큰 충격을 줬다. 청년고용률은 충격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청년 가구 소득도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청년빈곤율이 낮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서구 선진복지국가같이 노인위주 복지정책을 펴고 청년층을 소외시키다가 청년층이 빈곤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올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참여연대 이조은 사무국장은 "청년만을 위한 배타적인 지원관점이 아니라 모든 국민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성장 기조 속 청년실업 성인의 3.4배 = OECD는 지난해 10월 'Society at a Glance 2016'를 발간하면서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악영향이 청년세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OECD 국가에서 과거 노인층이 주된 빈곤 위험 집단이었지만 연금 복지의 발달과 더불어 노인빈곤 위험은 상당부분 줄어든 반면, 청년층이 새로운 빈곤 위험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청년실업률은 17.3%에 달했다. 전체 실업률 평균 6.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청년 실업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그리스로 48.9%였고 스페인 45.8%, 이탈리아 37.9% 순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크게 입은 남유럽 국가의 청년실업률이 높았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10.9%로 OECD 평균 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25세 이상 성인 실업률 대비 청년 실업률의 배율은 3.4배에 달했다. 이탈리아 3.9배, 스웨덴 3.7배, 뉴질랜드와 영국 각각 3.6배에 이어 높은 그룹에 속했다. 청년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성인에 비해 청년의 실업 위험은 크다는 의미다.

청년 고용률이 경제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도 OECD 회원국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7년 청년 고용률을 100으로 봤을 때 OECD 평균은 94.6%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97.3%로 조금 나았지만 청년 고용률 수준 자체가 낮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청년 소득 낮고 부채 많아 = 청년층 소득 역시 금융위기 이후 감소했다. OECD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3년 동안 OECD 34개국 18∼25세 청년의 가처분소득은 매년 0.62%씩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노인층이 0.0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그리스(-9.5%), 아일랜드(-5.1%), 스페인(-4.2%) 등 경제위기로 큰 충격을 받은 국가에서 청년 소득 감소율이 컸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 동안 청년소득이 1.3% 늘었지만 노인소득 증가율(1.6%)보다는 낮았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연령대별로 보면 2010년∼2016년 동안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 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가장 낮았고, 부채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취업은 어렵고 소득이 줄어드니 OECD 회원국의 청년 빈곤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난다. 2014년 기준 OECD 평균 청년빈곤율은 13.9%로 전체 빈곤율(11.4%)은 물론 65세 이상 노인빈곤율(12.1%)과 18세 미만 아동빈곤율(13.4%) 보다도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청년빈곤율이 9.0%로 18세 미만 아동빈곤율(7.1%)보다 조금 높지만 전체 빈곤율(14.4%), 노인 빈곤율(48.8%) 보다는 낮았다. 청년 빈곤이 덜 심각해서라기보다는 캥거루족이 늘어난 원인이 크다. 보사연이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15∼29세 청년층을 계산한 결과 84.6%나 됐다.

OECD 각국은 공적지원 등을 통해 빈곤문제 해결을 기울여왔다. 공적이전에 의한 OECD 평균 탈빈곤 비율은 청년층이 41.2%, 근로연령 성인이 48.5%에 달한다. 특히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활성화돼 있는 국가들에선 공적이전의 탈빈곤 효과가 커 초기 청년빈곤율이 높지만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이후에는 빈곤율이 급속히 안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빈곤문제는 노인층에 집중됐다. 청년층 빈곤율은 통계 수치상 낮게 나오다보니 심각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김문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청년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층 소득을 감소 또는 정체시키는 요인들을 적절히 제어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청년의 빈곤 위험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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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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