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쉼터·충전소로 떠오르는 농촌 … 체험관광 인기 '폭발'

2017-07-31 10:06:06 게재

휴양도 농촌이 대세, 기업연수도 늘어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농촌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활력을 얻고 있다. 농촌이 국민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직장인도 반한 농촌연수 = 전기자동차 배터리팩(2차전지), 지능형전력망시스템(스마트그리드) 등을 제조·판매하는 피엠그로우(대표 박재홍)는 지난 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경기도 연천 푸르내마을에서 직원연수를 진행한 후 이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경북 청도군 비슬도예원에서 아이들이 염색 체험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비슬도예원 제공


안훈노(48) 피엠그로우 상무는 31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타트업이어서 직원들 평균 연령이 35세로 젊은데 농촌에서의 연수에 크게 만족했다"며 "연수 후 직원들이 자주 오면 좋겠다, 가족단위로도 즐길 수 있게 회사와 제휴한 휴양시설로 하면 좋겠다 등의 요구가 있어 마을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피엠그로우는 직원연수를 준비하면서 연천 푸르내마을을 추천받고 다른 연수지와 비교한 결과 이곳을 택했다. 안 상무는 "직원 워크숍을 가면 무엇을 할까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되는데 이곳은 미니올림픽 수확체험 등 3~4개 기본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었고 레크리에이션과 뒷풀이까지 준비돼 있었다"며 "대학 다닐 때 농촌활동도 가지만 농촌을 체험한다는 게 몸과 마음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농촌마을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도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소망등을 날리며 숙연해진 순간이나, 숙박시설이 쾌적해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용인 학일마을에서 아이들이 옥수수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용인 학일마을 제공


푸르내마을은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8년 됐지만 기업체 연수(팜연수)는 올해 처음이다. 지난달엔 한국암웨이 직원 35명도 이곳에서 연수를 했다.

양갑숙(51) 푸르내마을 사무장은 "체험관광 마을로 자리잡아 한 해 1만80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며 "지난 주말엔 2박3일 일정으로 가족 10팀이 다녀갔고, 본격 휴가철인 이번주에도 2박3일 일정이 계속 이어진다"고 밝혔다. 푸르내마을은 재방문율이 90%에 이른다.

강원도 인제 하추리마을, 경북 상주 은자골마을, 충남 금산 조팝꽃피는 마을 등도 올해부터 본격 기업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농촌에서 마이스(MICE)산업을 진흥할 계획을 다듬고 있다. 마이스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소규모 회의나 전시 등 행사를 유치해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올린다. 마이스산업과 농촌체험관광 특산품판매 등을 접목하면 기업과 농촌이 상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과 농촌이 자매결연을 맺고 농산물 판매, 체험 등을 진행해 온 1사1촌운동 등의 성과도 바탕에 깔려 있다.

여름휴양 대세는 농촌 =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휴일 즐길 수 있는 농촌여행지 40곳을 뽑아 웰촌(welchon.com)에 소개했다. 경기 4곳, 강원 4곳, 충청 6곳, 전라 6곳, 경상 7곳, 제주 3곳 등에 대한 안내와 함께 체험객들의 수기형식으로 10곳을 볼 수 있다.

화천 토고미마을은 매년 8월 토마토축제를 열고, 경기도 양평 보릿고개마을은 여름에 감자캐기와 옥수수따기, 송어잡기 체험을 한다. 남해 해바라기마을은 하계 휴양프로그램을 낭만형, 바다체험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 어름치마을이나 청옥산 깨비마을은 인근에 백룡동굴과 웰컴투동막골 영화세트장 등 관광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웰촌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곳곳의 농촌체험관광마을들이 붐비고 있다. 경기도 용인 학일마을은 인구 90명의 산골마을이지만 2013년 이후 1만여명의 도시인들이 마을을 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2000여명의 도시인들이 이곳에서 휴식하고 활력을 얻었다.

학일마을은 계절별로 40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내기와 벼수확 등 농사와 관련된 체험활동이 인기다. 오지 생존체험, 별자리 관측 등 이색 프로그램도 있다. 대부분 체험객은 어린이지만 신세계 삼성전자 기업체 방문도 이어진다.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과 단체가 17곳에 달한다.

경북 청도군 비슬도예원은 마을의 각북초등학교가 문 닫은 곳에 세웠다. 폐교가 마을 흉물로 전락하지 않고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새로운 지역 명소가 된 것이다. 이곳은 특히 천연염색프로그램이 인기다. 마당을 가로지른 빨랫줄에 염색한 천을 널고 기다리는 시간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체험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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