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지정제 확대' 외감법 국회통과
"회계 투명성 강화에 새로운 전기"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감사인 지정제도' 확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회계업계는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29일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계투명성 강화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며 "외부감사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된 상장법인에 대한 외부감사 의무화, 1980년 도입된 자유수임제와 더불어 이번 감사인 지정제 확대를 '외부감사 역사의 3대 사건' 중 하나로 꼽았다.
최 회장은 "영미식 기업지배구조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대부분 '한 가족'에 의해 이뤄진 경우가 많다"며 "이번 법개정은 영미식 기업지배구조가 확립될 때까지는 주기적으로 지정감사를 해서 회계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계투명성이 63개국 중 63등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꼴찌"라며 "자유수임제는 피고인이 판사를 정해서 판사 월급까지 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수임'만 고집해서는 회계 투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감사인 선택지정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회사가 3개 회계법인을 선택하면 금융당국이 1곳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감사인 지정제'가 일부 기업에만 적용되고 특정 회계법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최 회장은 "선택지정제가 회계업계의 수임질서를 흐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수임제를 고치려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금융당국이 인식하면서 감사인 지정제 확대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투명성이 문제가 되는 곳은 큰 기업보다는 작은 기업"이라며 "기업 전반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작은 기업들을 포함한 감사인 지정제 확대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재계의 반발이 크다는 것과 관련해 최 회장은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들은 외부감사를 통해 정확한 보고가 올라오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기업들의 반발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는 다 같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회는 '감사인 지정제' 도입이 왜 필요하고 회계투명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끊임없이 설명하는 노력을 해왔다.
이번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에는 '표준감사시간'도 도입됐다. 표준감사시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공인회계사회계가 마련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회계감사에 적정한 인원과 시간이 투입돼야 감사품질이 보장되고 감사품질이 보장돼야 회계투명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감사인 지정제 확대와 함께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공인회계사회는 외부감사인이 대상 회사의 업종특성 등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기본 시간과 회사의 매출규모, 자산규모, 영업망(국내외 지점)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표준감사시간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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