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오르면 임대료 높아지는데 … 시름깊은 상인들

2018-02-13 10:15:14 게재

공시지가 6% 이상 급등

장사 안돼 공실률 늘듯

부동산자금 상가 몰려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국 평균 6% 이상 급등하면서 상가 임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동인구 감소로 매출이 줄었지만, 땅값은 올라 임대료까지 상승할 것에 대한 우려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관광객 감소 등으로 서울 주요 상권 유동인구가 감소했지만, 이 지역 공시지가는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각종 조세와 부담금이 올라가면서 임대료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 상인들은 매출 하락과 임대료 상승의 이중고를 안아야 한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서울 5대 상권 유동인구를 분석한 결과 종로 광화문 상가의 경우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용산구 경리단길은 10.1%, 강남구 가로수길은 19.3% 줄었다. 중구 명동의 경우 2016년 말 사드 여파 등으로 관광객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에는 9.6% 가량 늘어났다.

유동인구 감소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서울 5대 상권의 지난해 10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9% 떨어졌다.

반면 이 지역 공시지가는 급등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은 평균 6.89% 올랐다. 특히 마포구 연남동 상권(18.76%), 성동구 성수역 카페거리(14.53%)는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중구 명동8길 화장품 판매점 '네이처 리퍼블릭' 부지(169.3㎡)로 ㎡당 9130만원에 이른다. 이곳은 2004년부터 15년째 가장 비싼 땅으로 조사됐다.

공시지가 상위 1~10위의 '금싸라기' 땅은 모두 서울 중구에 위치하고 있다. 2위는 중구 명동2가 우리은행이 위치한 땅(392.4㎡)이 차지했으며 ㎡당 8860만원이었다. 이어 중구 충무로2가 유니클로 매장이 위치한 땅(300.1㎡)이 ㎡당 872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3268만 필지의 개별 공시지가 산정과 각종 조세·부담금 부과 및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 등에 활용된다.

공시지가 상승은 건물 거래가격과 임대료를 올려 상가주들에게 유리하게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가 세입자들이 빠져 나가 공실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으로 부동산 자금이 대거 상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라 여유자금이 상가로 몰리면서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요 상권 땅값이 상승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유동인구가 적은 곳 중심으로 공실률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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