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 암보험금 지급' 대법 판결 있다
2018-05-10 11:04:18 게재
보험사의 일방적 지급거부 행태 바뀔듯 … 금감원 "입원 유형별 분석중, 세분화해 지급 여부 검토"
그동안 보험사들은 2008년과 2013년에 나온 대법원 판결을 들어 면역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에게 보험금을 축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해왔다. 이러한 보험사의 대응에 힘을 실어준 것은 사실 금융감독원이다.
◆보험계약자에 불리한 판례만 제시한 금감원·보험사 = 금감원은 2015년과 2017년에 낸 보도자료를 통해 "암이나 암치료 후 그로 인하여 발생한 후유증을 완화하거나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입원의 경우 암입원비가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험계약자에게 안내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 보도자료에서 "압노바 및 헬릭소는 환자의 면역력 강화를 통한 대체 항암요법으로 아직 항암효능이 입증된 바는 없어 그 투여만으로는 '암 치료의 직접목적'으로 보기 어렵고, 투여를 위해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는 2008년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2014년경 이후 보험계약자의 주장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 법원 판결 경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재판 결과가 경우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데도 금감원과 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불리한 대법원 판례만을 제시하며 그동안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온 셈이다.
내일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6년 대법원은 보험사가 아닌 보험계약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대법원 2016다230164)했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중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유방암 발병 후 대학병원에서 절제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고 항암치료 사이사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압노바비스쿰, 셀레나제를 투약받고 통증완화를 위해 진통제 주사, 물리치료, 쑥뜸치료 등을 받았다.
◆"항암치료 지속될 경우 요양병원 입원도 암 치료에 해당" = 요양병원 치료와 관련해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항암화학요법 치료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해 면역력 저하, 전신 쇠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이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는 없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어 그 기간이 지나 면역력 등 신체기능이 회복된 후에야 다시 받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면서 "동일한 내용의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하는 경우 그 기간 내에 종전의 항암화학요법 치료나 수술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고 면역력 등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입원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입원이 항암화학요법 치료 등을 받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이 역시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재판을 맡은 박기억 변호사는 "보험사들이 대부분 요양병원에 입원한 기간은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아니라면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라도 암 치료가 종결되지 않았고 요양병원에의 입원이 암 치료에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입원이라면 암 치료 목적의 입원이라고 본 사례라는 점에서 이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요양병원에서 암환자에게 주로 투약하는 '압노바'에 대해 항암치료 효과가 있다는 판단도 내렸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압노바비스쿰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서 A씨의 경우 암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제거 목적으로 투약됐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압노바비스쿰을 항악성종양제로 분류해 품목허가를 했고 압노바의 효능·효과를 종양의 치료, 종양수술 후 재발의 예방 등으로 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 입원보험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암보험금 분쟁에 관련해 민원인들에게 기각 회신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요양병원 입원 형태를 분석해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있으며 지급할 수 있는 부분(유형)에 대해서는 지급을 검토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9일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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