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키코판결 청와대와 거래"

2018-06-01 11:54:26 게재

키코 피해기업들 '재조사' 호소 … 이종석 대법관후보 사퇴 요구

키코피해기업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키코피해로 파산한 박용관 동화산기 회장이 지난달 31일 대법원 앞에서 과거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출의 탑'을 망치로 부수고 있다.사7진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 제공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대법원 앞에서 '키코사건 정치적 판결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 '키코사건' 등을 맞바꾸려 했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관련 특별조사단 문건을 공개했다.

특조단 문건은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12월 3일 작성됐다. 문건에는 사법부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뒷받침을 위해 최대한 협조를 한 사례로 '키코사건'을 적시했다.

특히 국가적 사회적 파급력이 크거나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법원행정처가 수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공대위에 따르면 고등법원에서 많게는 70%까지 승소한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뒤집어졌다. 이성민 엠텍비전 대표는 "대법원은 키코상품의 헤지부적합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기업측이 주장한 무효 또는 취소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재원 일성하이스코 실장은 "우리 회사는 1984년 설립 이후 석유·가스발전설비를 수출한 회사로 연간 2000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단 한번도 노사분규가 없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며 "2008년 가입한 키코로 인해 3년 동안 900억원 손실을 입고 부도가 났다"고 밝혔다.

이성민 엠텍비젼 대표는 "1999년 설립돼 세계에서 처음으로 휴대전화에 카메라를 넣는 신화로 한때 매출 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키코로 현재 매출은 10분의 1로 줄었다"며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키코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대위는 "키코 판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합작품이고 거기에 많은 이익 집단이 함께 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면서 "사법부와 청와대가 판결을 거래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키코피해기업들은 8월 3일 취임하는 이종석 대법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공대위는 "이종석 판사는 사법부가 박근혜 청와대와 공모해 키코사건을 패소판결한 장본인으로 대법관 자리에 추천된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며 "자진 사퇴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키코사건의 재심과 법원행정처 파일 공개, 키코사건 담당이었던 이종석 판사의 대법관 후보 사퇴, 대법원장의 피해기업 면담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문건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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