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변리사의 특허 이야기 ⑫

유명상표의 침해 판단

2018-06-05 12:51:53 게재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어떤 상표가 유명한 상표를 침해하는지의 여부는 특허청의 상표등록 단계부터 시작해 법원에서의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책임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명상표의 침해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그 상표가 주지상표(well-known mark)냐 아니면 저명상표(famous mark)냐를 판단하는 것이 있다.

이들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비슷한 것처럼 들리겠지만, 침해판단에서는 다르게 해석된다. 한 예로, 어떤 핸드백 브랜드가 주지상표로 판단된다면, 핸드백과 업종이 다른 모텔 이름에 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 상표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저명상표인 경우에는, 업종이 다르다 하더라도 상표침해가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특허청이나 법원에서 유명상표의 침해를 판단하는 이러한 방법은 옳지 않다. 어느 정도로 사용돼야 주지됐다고 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로 사용돼야 저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하여 갤럽 등에서 수요자 인식조사 방법이 동원되지만, 정확한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유명상표의 침해는 식별력(타인의 상표와 구별될 수 있는 특징적 요소)에 따른 상표의 본질을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 식별력에 따른 본질에 따라 상표를 구분하면, 조어상표(coined mark)와 임의선택상표(arbitrary mark)라는 것이 있다. 조어상표인 경우에는 업종이나 상품이 다르다 해도 상표침해가 성립해 강력하게 보호된다. 반면 임의선택상표인 경우에는 업종이나 상품이 서로 다른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상표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름에 사용되는 '코닥(KODAK)'과 휴대폰에 사용되는 '애플(APPLE)'이 거의 같은 정도로 유명한 상표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다른 업자가 의류에 '코닥'을 사용한다면 이는 상표침해가 된다. 하지만 의류에 '애플'을 사용한다면 침해가 되지 않는다. '코닥'은 조어상표이지만, '애플'은 임의선택상표이기 때문이다.

유명상표의 침해 판단은 상표이론을 알고 보면 이처럼 아주 명확하다. 상표등록 여부를 비롯해,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에 대한 판단도 아주 명확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명확한 상표이론을 알지 못하고, 주지상표냐 아니면 저명상표냐에 따라 침해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임은 물론이거니와 판단 자체도 무척 어렵다. 수요자 인식조사를 한다 해도 결코 정확할 수 없다. 그리고 수요자 인식조사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조어상표인지 아니면 임의선택상표인지의 판단은 아주 간단하다. 용어 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이면 임의선택상표이고, 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고 만들어진 그래서 아무런 뜻도 없는 단어이면 조어상표다. 이처럼 쉽고 명확한 방법을 모르고 주지상표인지 아니면 저명상표인지를 판단하려하니 판단하는 자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이 되는 것이다.

실례로 약 2년전 법원은 한 통닭집에서 사용하던 '루이비통닭'이 핸드백 브랜드 'LOUIS VUITTON'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통닭집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는 '루이비통닭'이 아니라 'LOUIS VUITON DAK'이었다. 'LOUIS VUITTON'의 상표권자라면 'LOUIS VUITON DAK'의 사용을 허락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한글로만 '루이비 통닭'이라 사용했다면 상표침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또 영국 명품 브랜드 'BURBERRY'에 대해 '버버리 노래방'은 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안동의 '버버리 찰떡'은 침해가 아니라고 했다. '한입 먹으면 말을 잊을 정도로 맛있다'는 의미로 '버버리(벙어리)'를 사용했다 한다. 하지만 같은 '버버리'를 사용해 상표를 만들었는데, 찰떡은 되고 노래방은 안된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