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는 소상공인│⑥ 하민채 미홍 대표

앙금 꽃을 품은 떡케이크의 장인

2018-07-10 11:06:08 게재

창업 5년만에 대표 떡집 반열 … 전통 장인 찾아가 배워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 '떡 카페'를 열었다. '눈꽃빙수'로 대박을 냈다. 창업 2년째 앙금(잘고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침전물)으로 꽃을 만드는 기술을 완성, 떡케이크에 앙금플라워를 얹힌 '꽃떡케이크'를 개발했다. 한국식 전통재료를 활용해 젊은 감각을 입힌 전통케이크를 만들어 낸 것.

지난달에는 한국 전통미와 맛을 찾아 온 싱가포르 국영방송(채널8)의 다큐멘터리에도 출연, 꽃떡케이크 장인으로 인정 받았다.
하민채 대표가 가게에서 앙금으로 꽃을 만들고 있다. 사진 미홍 제공

'미홍'을 창업한 29세 여성청년 CEO 하민채 대표를 9일 만났다. 미홍은 떡의 주재료인 쌀(米)과 붉은(紅) 팥으로 아름다움(美)을 빚었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산 재료와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하 대표의 마음이 담겨있다.

미홍의 시작은 눈꽃빙수였다. 물로 만든 얼음이 아닌 100% 우유빙수로 차별화 했다. 인위적인 단맛과 고소함을 멀리하는 대신 달지 않은 팥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만든 부드럽고 쫀득한 인절미, 고소하면서도 바삭한 맛이 느껴지는 대추칩, 건강을 고려한 흑임자가루와 콩가루 고명까지 더했다.

미홍의 눈꽃빙수는 일반 팥빙수보다 비쌌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눈꽃빙수로 미홍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빙수는 한 철 장사였다. 특히 돈 버는 일보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 대표는 미홍을 전문떡집으로 전환했다. '떡'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미술을 전공하면서 전통에 관심이 많았던 하 대표는 젊은이들도 찾는 떡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경남 진주에서 떡방을 했던 할아버지 DNA를 물려받은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친구들도 "왜 빵이 아니고 떡이냐"며 의아해 했다. 이런 친구들이 빵을 찾듯 떡을 선택하게 하고 싶었다.

정길자 궁중병과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을 찾아 공부했다. 정제되지 않은 숨은 전통도 필요했기에 지역마다 유명 떡집을 찾아 배웠다.

시골 떡집들은 레시피(조리법)가 없었다. 정말 맛있는 떡을 만들지만 표준화된 방법을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하 대표 스스로 레시피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모든 떡의 기본틀이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 대표의 부지런함이 2014년 3월 앙금플라워를 탄생시켰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다가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앙금케이크를 발견하게 됐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블로그에 올린 분을 찾아가 그 기술을 배웠어요."

5년 전만해도 앙금플라워라는 말자체가 없었던 시절이다. 절편으로 빚은 떡케이크나 버터크림 케이크 정도가 다였다.

하 대표는 기존 떡케이크에서 벗어나 직접 빻은 치자가루 쑥가루 백년초가루 등 천연재료 가루를 조합해 만든 다양한 빛깔의 앙금을 이용한 앙금플라워 케이크를 선보였다. 다양한 색을 품은 앙금은 하 대표의 손을 거쳐 탐스러운 튤립 장미 작약 국화가 됐다.

그 해 5월 어버이날 앙금플라워 떡케이크를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선을 보인 생소한 제품은 날개 돋힌 듯 팔렸다. 어버이날 3일 매출이 당시 1년 매출과 맞먹을 정도였어요.

그 뒤 앙금플라워를 배우고 싶다는 상담이 이어져 아카데미를 열었다. 2년 간 2달 코스로 매번 60~7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손재주 있는 주부들이 취미겸 소자본으로 집에서 창업할 수 있는 일이었던 셈이다.

미홍의 또다른 인기 제품은 '망개떡'이다. 직접 국산 팥을 삶아서 따로 산속에서 직접 망개잎을 따기도 한다. 망개떡 피는 참쌀로 만든다.

"제 사업을 탄탄하게 만드는 동시에 이 분야 전문가로 서고 싶어요. 떡을 한국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만들어야죠. 얼마 전 공항 면세점에서 파는 한과를 봤는데 기념품으로 내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어요.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들이 자신있게 사갈 수 있는 떡을 만들고 싶어요."

서울 합정역 사거리 메세나폴리스 지하 1층 위치한 '미홍'. 이곳에서 하 대표의 손을 거친 앙금 꽃들이 새로운 전통 맛과 멋을 이어가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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