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가짜뉴스 단속 논란

정권 잡으면 "가짜 단속", 정권 잃으면 "비판 탄압"

2018-10-12 11:25:18 게재

박근혜정부·문재인정부때 여야 공수 바뀌어 '내로남불' 논란 자초

정부 "허위정보만 제한적"이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에 방어막

여당 등 진보진영에서는 "정부 앞장 안돼 … 사회적 공감 우선"

정부가 강력한 가짜뉴스 단속에 나서면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권만 잡으면 비판의 목소리를 잡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명백한 허위'로 제한해 막겠다고 하지만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정부 참여자와 여당 역시 박근혜정부때 같은 논리로 정부의 가짜뉴스 단속 정책을 반대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얘기다. 여당에서마저 정부 주도의 대응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가짜뉴스 근절'에 나서 = 문재인정부의 '가짜 뉴스 근절' 움직임은 새로운 게 아니다.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12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정책에 대해서 여러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면서 "철도경영혁신을 철도민영화라고 왜곡하고 KTX요금이 28만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또 원격의료제도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이것이 의료 민영화다, 이런 잘못된 주장들로 국민들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가 방치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이후인 2014년 4월 21일에도 같은 회의에서 "거짓말과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서 그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구조활동과 관련해)마치 아무 일도 안하는 것처럼 악성 유언비어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것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법무부와 검찰에 '아니면 말고식 폭로성 발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실제로 당시 검찰은 사이버명예훼손전담 수사팀을 만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2017년 2월 29일 국무회의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부의 규제와 단속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언론, 민간전문가 등과 협력해 사실확인 및 신속 차단 시스템 구축 등 체계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가짜뉴스의 명확한 기준과 처벌 등에 대한 법령이 조속히 정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의 당시 발언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무회의 모두발언과 흡사하다. 이 총리는 이달 2일 "위법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해 달라"면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온라인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 등의 단계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 입법 조치가 조속히 완료되도록 국회와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총리가 좀더 강력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허위조작정보만 대상으로 규제한다고 하지만 악용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야당되면 "정당한 의혹 폄하" = 박근혜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에 민주당은 "야당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2016년 9월 당시 당시 야당인 민주당 소속 금태섭 대변인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유언비어는 의법조치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미르·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이라고 규정하니 총리는 유언비어라고 편하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표현의 자유훼손이자 언론의 자유 탄압"이라고 받아쳤다. 2017년 1월엔 기동민 당시 원내대변인이 "언론과 특검 관계자들에 대해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겠다고 겁박하고 나섰다"며 "국민의 생각과 말,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겠다는 것 자체만으로 헌법에 위배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따졌다.

이번엔 같은 논리로 야당이된 한국당에서 반발했다. 지난 11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무총리가 나서서 전 정부적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고 반대 목소리를 누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정권교체로) 역전되는 현상이 나오니까 현 청와대와 여당이 난리치는 것 같다"고 나섰다. 같은당 성완종 의원은 "과거사례를 검토해서 이런 어마어마한 갈등이 있는 요소를 경찰이 조사하겠다고 하면 '국가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가 있구나' 하고 조정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사회적 공감대 먼저 = 보수야당 학계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에 비판적이다. 여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작지 않다.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허위정보를 국가가 나서서 잡느냐"며 "유신정권이 유언비어를 때려잡자고 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범부처적으로 허위정보에 대응했다"며 "박근혜 정부 그림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유포·유통에 대한 엄벌을 말한 것은 굉장히 위험한 얘기일 수 있다"며 "지금 우리 정부가 절대선이라고 기준을 잡고 허위조작을 판가름하기에는 국민들이 보기에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누가 가짜뉴스를 판단할 권한을 판단할 권한을 갖느냐,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 기존 언론법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SNS 등 플랫폼사업자를 어떻게 규제의 틀에 넣을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신중하게 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효상 의원과 박광온 의원이 제출한 가짜뉴스 방지법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도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는데 규제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짜정보에 대한 정의는 대상을 구체화한 측면은 있으나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다를 수 있고 언론사의 인정,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요청 정보를 통해 가짜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논란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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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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