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부족 심화 … 리보금리 상승

2018-10-22 10:54:53 게재

새로운 금융위기 가능성

전 세계 350조달러 가량의 신용상품이 금리 기준으로 삼고 있는 '런던은행간 적용금리'(리보)가 계속 오르고 있다.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펠리세이드 리서치는 21일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보는 말 그대로 은행끼리 급전을 빌리고 빌려주는 데 적용되는 금리다. 일반인이 대출을 받을 때 대개 리보에 가산금리를 얹는 식으로 이자를 낸다. 2009년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내 총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중 60% 이상이 리보에 기반해 금리를 산정한다. 신용카드나 학자금대출, 자동차할부구입 등 계약서 약관을 보면 대개 '리보에 기반해 매달 금리를 적용한다'고 돼 있다.


펠리세이드는 "3개월 만기 달러 리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중"이라며 "리보에 기반해 단기로 달러를 빌리는 비용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투자자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를 손에 쥐기가 비싸지고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펠리세이드는 "지난 4월 기준 미국 기업과 비기업 부채, 모기지 등 리보에 기반한 부채가 7조5000억달러다. 0.35%p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만 210억달러가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많은 이들이 '미국의 경제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고금리를 상쇄할 수 있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논리로 빚을 졌다"고 지적했다.

달러 유동성 부족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08년 이후 많은 돈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는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려 쓴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펠리세이드는 "연준이 1달러를 찍어낼 때마다 대략 20달러의 부채가 탄생한다"며 "연준이 완화정책을 쓰고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황에선 모든 게 괜찮아 보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반전됐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또 자산규모를 줄이면서 금융권의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늘어나 전 세계 달러가 미 행정부 내로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 유동성을 증발시키고 있다.

펠리세이드는 "미 재무부는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한다.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의 적자다. 연준은 양적긴축을 하며 달러를 금융시스템에서 고갈시키고 있다. 연준은 매달 500억달러, 1년에 6000억달러를 증발시킬 계획"이라며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으로 미국 기업들이 해외 자산을 갖고 미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때 '조세천국'으로 불리던 외국계 은행에서 달러를 빼 미국 은행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달러 표시 부채의 원리금 상환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펠리세이드는 "갚아야 할 달러 부채가 크게 늘었지만 갚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신흥국과 글로벌 기업 중 상당수는 디폴트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달러는 계속 오를 것이다. 전 세계가 새로운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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