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김 여사 특검법’이 세 번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특검법이 삼세판 만에 확정될지, 아니면 또 여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지 주목된다. 여당에서는 “특검 반대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만큼 삼세판 법칙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14일 ‘김 여사 특검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 표결로 통과됐다. 야당 의원 191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통과된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씨 관련 불법 여론조사·인사 개입·국정농단 의혹 △위의 사건 수사 중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특별검사 후보는 대법원장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야당이 대법원장 추천에 대해선 ‘비토권’을 갖는다.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 추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1대 국회에서 1차 시도했지만 지난 2월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2차 시도했지만 지난 달 4일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 재표결이 예상된다.

야당에서는 여당이 거론됐던 ‘특검 제3자 추천’ 등을 반영한 특검법인 만큼 여당도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풀에 고개를 박은 꿩처럼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민심을 직시하라”며 “김건희 특검법을 또다시 거부한다면 주권자 국민께서 해고를 명하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10월 15~17일, 전화면접,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찬성’ 63%, ‘반대’ 26%로 나왔다.

최근 들어 친한(한동훈)과 친윤(윤석열)의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당론으로 건의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당론으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하고, 앞으로 이 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내주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하게 된다. 야당 의원(192명)이 전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질 경우, 여당(108명)에서 이탈표가 8표를 넘지 않으면 부결된다. 지난 달 두 번째 재표결에서는 여당발 이탈표가 4표로 추정됐다. 여당에서는 28일 세 번째 재표결에서도 이탈표가 8표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친한이 요구했던 특별감찰관을 이날 친윤이 수용하면서 이탈표를 던질 명분이 약해졌다는 해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15일과 25일)를 앞두고 ‘적전분열’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친한 인사는 14일 “이번 재표결에서는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2차 재표결과 비슷할 것”이라며 부결을 예상했다. 이 인사는 “다만 윤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정쇄신을 계속 미적거리고, 명태균씨 등 돌발악재가 추가로 나온다면 내년 초로 예상되는 네 번째 시도까지는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