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향상 ⑤ 일차의료강화

제주도가 쏘아 올린 건강주치의제 도입

2024-11-12 13:00:02 게재

노인·아동 대상 건강·질환·의뢰이송 관리 … “의료개혁 핵심 사안, 전국민으로 단계적 확대”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응급-중환자실-일차의료 영역은 여전히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의료개혁의 주요 과제가 된다. 특히 지역주민이 신체적정신적 이상을 문의 진단 치료받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건강질환관리를 하는 일차의료시스템은 매우 허약하다. 주민이 사는 지역의 의원·병원급 등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결과 환자는 이 의원 저 병원으로 혹은 다른 지역 큰 병원으로 자의적으로 의료쇼핑하며 제때 적절하게 진료 받지 못하고 과다한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지속적 관계를 맺은 의료공급자가 없다보니 예방관리가 되지 않고 응급상황에서는 우왕좌왕하며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더욱이 고령인구 급증하면서 만성질환관리와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됐다. 전국적으로 지역단위 의료혜택 형평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에 지역주민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신속·정확하게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개혁과제로 12월 중에 일차의료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도민들을 위한 ‘제주형 건강주치의제도’를 내년 7월에 도입 추진한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그 추진 주체들의 설계안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안들을 공유한다. 제주도가 내년 7월부터 제주형 건강주치의사업을 시행한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추진’ 주제 토론회에서 “제주형 건강주치의사업은 내 지역에서 내가 원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일차의료체계를 혁신적으로 개편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이어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뒷받침하고 저출생 심화와 유소년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며 “제도 도입을 위해 도민들의 요구와 도정의 강력한 추진 의지, 의료계 협력까지 준비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가 건강주치의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제주도의 부족한 의료자원과 도민의 열악한 건강상황이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농어업종사자가 많아 퇴행성질환과 만성질환을 앓는 도민이 많아 일상적인 건강관리 필요성이 높다. 그리고 도민의 비만율과 흡연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걷기실천율은 평균 이하이며 자살율과 치매발병율은 우려할 수준이다.

제주형 건강주치의제도입 추진으로 일차의료강화가 이슈로 등장했다. 사진은 8일 관련 국회토론회. 사진 제주도 건강주치의제 도입 추진위 제공

◆주민과 의료기관 참여 높이는 방안 찾아야 = 이러한 제주도민의 열악한 건강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할 건강주치의사업은 노인과 아동을 우선 대상으로 추진된다.

고병수 제주형건강주치의사업 추진위원장에 따르면 건강주치의사업의 주요서비스에는 △환자건강상태 종합평가 △종합평가에 따른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건강관리 △정기적 건강검진 시행·관리 △정기 예방접종 시행·관리 △ 질병예방·건강증진과 질환관리 교육 △전화상담 등 비대면 관리 상담 △주치의 및 간호사 가정방문 방문진료 제공 △필요시 전문의료기관 의뢰 △입원 수술 등 전문치료 후 (퇴원)관리 △지역사회 보건복지서비스 지원과 연계 등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건강주치의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참여하는 의원기관의 유인 요소와 이용주민의 선호도가 높아야 한다. 이 때문에 추진안 마련에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먼저 등록주치의를 누가 할 것인지 몇 명에게 등록 할 수 있는지가 고려해야 한다. 등록주치의에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그리고 25개 전문과목 의사들에게 모두 개방 혹은 한정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주치의 1인 혹은 여러 의원에게 등록 가능하게 할지도 고려사항이다.

주치의 협력 인력 자격에서 코디네이터를 누가 할 것이며 간호인력은 간호사만 할 것인지, 등록기간을 6개월 1년 단위로 할지 중간에 바꿀 수 있는지도 정해야 한다. 한 주치의에 등록할 수 있는 주민수를 500명, 500~1000명, 1000명까지 혹은 상한 없이 할지, 그리고 주민의 주치의의원을 이용할 때 본인부담을 추가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보통 주치의하면 다른 병원을 자의적으로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관련해서 문지기역할을 너무 강조하면 이용자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효과적인 주민 이용을 위해 방안을 내야 한다. 의뢰서 있어야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무제한은 금지하고 주치의 이용 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

고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이 효과적으로 건강과 질환관리를 받을 수 있고 의료기관의 참여를 넓히기 위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11월 안에 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형 건강주치의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주치의사업 관련해서 기존 건강보험적용되는 부분에 위험군별 등록관리비나 방문진료비 그리고 관리 성과인센티브 등을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사회 다직종 연계 필요 = 제주형 건강주치의사업 추진위가 벤치마킹하는 곳으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일차의료개발센터가 있다. 이상현 일산병원 일차의료개발센터장에 따르면 센터는 2023년 5월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병원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사2명 ●간호사 4명 ●사회복지사 1명 ●영양사 1명 ●운동처방사 1명 ●행정 1명이 8월 31일 기준으로 주민 438명을 관리하고 있다.

센터는 환자 질병과 건강상태 등에 따라 위험군 분류·포괄 평가 및 환자별 맞춤형 건강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의사가 단독 진료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직종팀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원환자를 의료연계 관리하고 장기요양기관 지자체 보건소 등에 건강 의료 돌봄 자원을 연계한다. 그리고 거점의료기관 중심 지역사회 일차의원 운영을 지원하고 교육 그리고 환자를 연계한다.

또 이 센터장은 “고혈압당뇨관리사업, 일차의료사업 등 정부사업과 결합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인구 급증 등으로 효율적인 만성질환관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주치의제 기반 일차의료, 의료수준 높여 = 노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제주형 건강주치의제 도입 추진을 응원하면서 나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일차의료혁신 추진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경증부터 중증에 이르는 어떠한 질환도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 제때 최적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의 기초 기반이 되는 것이 양질의 일차의료”라고 밝혔다. 김 조사관에 따르면 대형병원 쏠림과 의료과다 이용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지역완결형 일차의료가 확립되지 않아 만성질환 등 예방적 포괄적 건강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경상의료비 전체 지출은 2023년 기준 221조원이 이른다. 병원급 이상에서 99조4000억원, 의원급에 62조9000억원, 약국에 27조7000억원, 기타 보건의료요양시설 제공자 등에 30조9000억원을 지출됐다. 우리나라 의료부담을 줄이고 의료시스템의 효율적 이용은 주요 개선과제가 된다.

효율적 이용을 위해 일차의료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진찰 설명 교육 상담 등 진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현실화돼야 한다. 의뢰 회송체계도 확립돼야 한다. 그리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일차의료 표준형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관련해서 우리나라 의료접근성이 뛰어나고 주치의제도 도입은 국내 상황이 맞지 않다는 의사단체의 의견이 있다. 제21대 국회에서 ‘노인 주치의제도 도입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사단체는 노인의 진료선택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김 조사관은 “주치의제도가 단지 의료접근성 향상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연간 17회의 외래진료를 받는 상황이지만 고혈압 당뇨 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관리가 자세하고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 양보다 질적으로 좋은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은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12월 일차의료혁신안에 담아 = 우리나라 수많은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치의제에 기반한 일차의료 강화방안을 조속히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개원의는 증가했음에도 예방과 포괄적인 건강관리가 아닌 행위별 수가에 따른 진료량과 비급여 증대 등 일차의료기능 약화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건강권과 지역의료 붕괴에 따른 건강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어 “작은 병의원 등에서는 여전히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 주치의제사업에 다직종 종사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해서 정부는 12월 일차의료 혁신안 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고령화 및 복합 만성질환의 증가에 대응해 의원급 의료기관 중 통합적 건강관리와 포괄적 일차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원에 보상 강화 등 전반적 구조전환을 추진하는 등 내용이 담긴다.

박은정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장은 “내년에 하게 될 일차의료시범사업은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할 유인방안 모델 작동요건 등을 실험해 보는 시범사업이 될 것”이라며 “일차의료강화에 대해 공감하고 같은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강재헌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이번에 시작하는 제주도 주치의사업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투자와 주민들의 참여의지가 갖춰져 있기에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료환경에 맞는 접근법을 찾아 향후 우리나라 전체 일차의료 정립을 선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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