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사각지대 최소화, 통일된 정책 수립…‘회계기본법’ 얼개 나와

2024-12-03 13:00:10 게재

영리·비영리법인 전체에 회계기준·외부감사·공시·감독·제재 공통 원칙 제시

한국공인회계사회 2일 심포지엄 개최 … “선언적 규정 아닌 구체성 가져야”

국가 전체의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이 회계업계의 핵심 추진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안의 추진방향을 담은 밑그림이 나왔다.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의 경우 주주·채권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회계정보 제공이 비교적 잘 되고 있는데 반해 일부 비영리조직은 결산자료 등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아 회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또 각 법률에 분산돼 있는 회계관련 조항들을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기능이 없어 일관되고 통일된 회계정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2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회계학회는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회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한국회계학회에 회계기본법 제정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이날 심포지엄은 중간발표를 하는 자리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종성 숙명여대 교수는 “회계기본법의 기본틀은 회계 사각지대의 최소화, 회계정보의 유용성 제고, 운용의 중복 혼란 최소화, 회계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 4가지 목적을 염두에 두고 회계정보의 생산·공시·감사·감독의 국면으로 구분해 필요한 사항을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계기본법은 조직의 유형과 무관하게 회계정보의 생산 및 제공과정에 기본적이고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항을 규정한 회계에 관한 일반법이다.

회계기본법은 회계기준, 외부감사제도, 공시제도, 회계감독 및 제재 등에 관한 기본적이고 공통된 원칙을 제시하고, 각 소관부처에서는 회계기본법에서 규정된 원칙에 따라 회계정책을 수립해 운영하되, 각 부처별 특수한 사항은 별도 규정으로 마련해 시행하면 된다.

박 교수는 “회계기본법은 단순히 선언적인 규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행 가능하도록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며 “회계정보의 생산, 감사, 공시, 감독 전반에 관한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단체·노동조합, 회계기준·내부통제·감사기준 없어 = 대표적인 회계의 사각지대로는 종교단체와 노동조합이 꼽혔다. 해당 영역은 회계기준, 내부통제, 감사기준, 감리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이 없어서 각 경제주체가 생산한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이 결여돼 있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재무보고의 실효성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노동조합의 경우 회계감사원이 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데, 규정상 노동조합 내부인이 회계감사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감사인의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며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외부감사인으로 선임되더라도 임의감사에 불과해 회계정보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경우는 회계정보 생산과정에서 회계정보의 유용성이 충분히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통제 운영의 법적 근거와 공공부문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해당 가이드라인이 구속력 있는 규칙이나 매뉴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재무제표에 대한 인증수준이 검토(보통수준의 확신을 제공)로 돼 있고, 공익법인과 기타기관(상호금융기관, 공동주택·집합건물)의 경우 전반적인 내부통제에 대한 규정이 없고, 일부에서는 외부감사의무와 공시 규정이 미비한 상태다.

박 교수는 “기타기관의 경우 지정감사(당국이 감사인 지정)와 관련한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외부감사의 선임권한이 경제주체 또는 내부감사기구에 있는 경우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회계정책 기관마다 제각각 = 회계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회계기본법 제정 필요성의 가장 큰 요인이다. 상호금융기관, 공동주택·집합건물의 경우 각 기관에 적용되는 개별 근거법 사이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공동주택의 회계기준 제정권한은 국토부장관에게 있다. 상호금융권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산림조합에 적용되지 않는 반면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은 중앙회에 한정해서 적용되고 있다.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은 외부감사가 의무인 반면, 산림조합은 임의감사 대상이다. 신협은 자산 300억원 이상 조합의 경우 매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자산 500억원 이상 금고의 경우 2년에 한번 외부감사를 받도록 돼 있다.

농협은 자산 500억원 이상 조합을 대상으로 4년에 한번 외부감사를 받는다.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조합의 자산총액, 감사주기가 제각각인 셈이이다.

공시의 경우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은 개별 근거법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개별 근거법에 포함돼 있다.

박 교수는 “회계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회계기본법의 주무부서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주무부서를 정부 부처로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부서 또는 위원회를 새로 만들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기본법 주무부서는 사회 전반의 회계제도 운용에 있어 일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관된 회계 정책은 회계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국가 정책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계기본법은 단순히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흩어진 회계 관련 법률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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