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산 반도체(HBM)·장비 대중 수출통제

2024-12-03 13:00:39 게재

일본산 장비 등 33개국 예외 … 삼성전자 타격, SK하이닉스 영향없어

미국정부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를 막기 위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 가동에 꼭 필요하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한다.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이번 통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미국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당장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HBM 수출통제는 3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상무부는 HBM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중국 자회사에 수출할 경우에는 일부 제품에 대해 수출통제 예외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상무부는 이날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제조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33개 국가가 해당되는데 한국은 명단에 없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의 반도체장비 수출 일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따르기로 미국 정부와 몇 달 전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이 수출허가 면제 국가에 소재한 기업과 중국시장에서 경쟁할 때 불리한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상무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 기업에게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출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들 기업이 군사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지원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있지만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치 및 FDPR 적용에 따라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미국 조치를 면밀히 분석하고 영향을 지속 점검하면서 기업 지원방안 모색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우선 4일 반도체장비 업계와의 간담회 개최를 통해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무역안보관리원에 ‘수출통제 상담창구’도 개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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