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APEC, ‘트럼프 보호주의’견제?
페루 수도 리마서 정상회의 오늘 개막 … 바이든 메시지·시진핑 행보 주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5~16일(현지시간) 이틀간 페루의 수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의장국인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이 대부분 참석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불참한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자리하지 않는다. 멕시코 전 정부는 페루 정치 상황을 놓고 페루와 외교적 마찰을 빚은 바 있다.
8년 만에 남미에서 열리는 이번 APEC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결론이 난 미국 대선 이후 펼쳐지는 첫번째 주요 다자회의로, 지난 2016년 APEC 회의의 조건과 닮은 꼴이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의 부활 예고로 여겨지는 가운데 회원국 간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1기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이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차기 행정부에서 ‘무역 차르’가 되길 원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자로 평가받는 라이트하이저가 상무부와 USTR를 포함해 무역 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당시 무역적자를 줄이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무기로 주요 교역국과 협상해 미국에 유리한 무역 합의를 끌어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미 대선 직후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공동 선언문이 채택됐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반 자유무역’ 정책 기조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올해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이 2016년과 유사한 수준의 의견일치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고 페루 언론 엘코메르시오는 전했다.
8년 전 APEC 정상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공감대 형성을 주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투자자 서밋이 진행되는데,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내년 1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중남미에 공을 들이며 영향력을 강화한 시진핑 주석 간 대면 정상회담 역시 관심사다.
WSJ은 “일각에서는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 현상이 페루에서 열리는 APEC을 통해 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며 “트럼프 대선 승리 이후 바이든 위상은 줄어들 반면, 시 주석은 미국 대통령보다 더 많이 이 지역을 방문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 자금을 기반으로 건설된 창카이 항 준공(1단계)도 축하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리마에서 북쪽으로 72㎞ 떨어진 곳에 자리한 창카이 항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국의 군사·안보 교두보 활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보낸 바 있다.
올해 APEC 정상회의 공식 주제는 ‘권한 부여, 포용, 성장’이다. 포용적이며 상호 연계된 성장을 위한 무역·투자, 공식 및 글로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혁신 및 디지털화, 회복력 있는 발전을 위한 지속 가능 성장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
21개국이 참여한 APEC은 회원국 전체 인구가 약 30억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38%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62%, 무역은 전 세계 무역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