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국회개혁 밑그림 나왔다
의원소개 없이 청원 가능 … '청원전담부' 별도 설치
'국회백서' 발간, 의원외교·보조금 사용내역 '모두 공개'
의원·사무처 등 기득권 반발 … 혁신위 3개월 연장 검토
문희상 국회의장-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국회 개혁의 밑그림이 나왔다. 문 의장이 취임하자마자 직속기구로 만든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국회 청원제도를 의원소개 없이 가능토록 개선하고 의원외교활동과 보조금지원단체의 예산·활동 상황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채 인력과 연구 인력의 교류, 해외공관 파견인력의 업무제한, 외부 파견인력의 복귀 등을 담은 내부 인력 및 공간 재배치안도 가닥을 잡았다.
2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3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과보고서를 이날 문 의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는 여야 교섭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으며 조규범 의장실 정무혁신비서관 등 3명의 간사단이 참여했다.
◆국회 운영 전반, 자발적 공개 =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피감기관 예산에 의한 해외출장 등 사회적 논란과 비판이 이어졌던 점을 고려해 '투명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매년 국회 운영 전반을 '국회백서'로 발간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 백서에는 국고를 쌈짓돈처럼 쓴 국회 보조금지원단체 12개 곳이 보조금을 사용한 내역과 운영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회의원에게 할당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의원실에서 직접 사용처와 근거자료를 공개하도록 했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용역보고서의 표절 및 부실여부를 검증해 결과를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국회법을 바꿔 '징계요구가 있을 때에 30일 이내에 징계를 의결해야 한다'는 징계의결시한을 새롭게 넣는 방안도 제안됐다.
의원외교정보시스템에 대해 국회 내부에서 접속이 가능하도록 개방하고 국민들이 출장지역, 출장나간 의원 등 세부적인 내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의회외교개선방안도 제시됐다. 의원외교활동자문위원회는 9인 이내의 외부인사로 구성하게 된다. 국외출장에 대한 기획단계부터 점검해 출장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국회의원과 의원단은 의원외교 이후 30일 이내에 활동결과 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토록 해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의원입법 전에 입법예고 =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절차와 달리 법국회의 효율적인 운영방안도 나왔다. 안제출 이후에 진행하는 국회의원의 입법예고제를 법안제출 이전에 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남북관계발전 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의장에게 제안하자는 의견도 혁신위에서 받아들여졌다.
입법청원제도 개선방안은 20대 국회 기간동안 청원소위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은 위원회가 9개이고 1회가 4개, 2회가 2개로 청원자체에 대한 심사와 관심이 무딘 점을 들어 제안됐다. 독일의 '청원국'과 같이 국회에 입법청원 전담부서를 두는 방안이 나왔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입법청원 코너를 노출해 국민들이 쉽게 청원에 참여토록 했다. 의원소개 제도를 폐지하고 일반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입법청원을 접수하는 '일반국민 소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국회법을 바꿔 주요법률안에 대해 사전에 입법영향평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로비스트의 용어를 적절한 한글로 바꿔 로비활동 양성화를 위한 입법을 제안했으며 이와 관련해 공청회나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문위원제도와 입법고시제도의 개선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후 논의키로 했다.
◆국회 지원기관 혁신방안도 나와 = 국회 지원기관의 혁신방안도 제시됐다. 국회 사무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도서관 등의 인력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공채인력 중심의 국회 운영을 연구직에도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국회공무원의 인사교류를 통한 전문성 제고를 위해 임기제 공무원과 연구직공무원을 포함하고 일반직 공무원인 연구직렬 공무원의 보직임용이 가능하도록 법안과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30%의 조사관의 연구관 채용 비율은 50%로 상향조정된다.
연구직공무원도 상임위원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3~5년 경력의 조사관은 적격성 심사만으로 연구관으로 전환하는 제한경쟁제도 도입방안도 제기됐다.
보조금지원단체의 인건비와 경상비 삭감안이 확정됐다. 해외 공관에 파견나간 국회직원들이 교섭단체를 지원하는 그동안의 관례를 규정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또 인사적체해소차원으로 인식되는 직원파견제도를 개선해 헌법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에 파견나간 직원을 철수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혁신위안은 국회의장에 보고돼 국회 지원기관 내부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지난 초월회에서 5당 대표들에게 "조만간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법 등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운영위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국회 혁신위 관계자는 "국회 사무처 내부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면서 "이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소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유인태 총장 체제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혁신작업"이라고도 했다.
문 의장이 "2년 내내 혁신을 하겠다"는 말을 해 온 터라 뚝심있게 혁신안을 밀고 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문 의장은 이달말로 끝나는 혁신위 활동기한을 석달 더 연장해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