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2) 엇나간 스쿨 미투 사건

교사도 희생양이 될 수 있다

2018-12-27 11:35:04 게재

여고에서 근무하던 남교사 A는 열정적인 수업 태도와 따뜻한 인간미 덕에 학교에서 인기가 매우 높았다. A를 사모했던 여학생 B는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 선생님은 내 거다"라며 적극적으로 대시하기 시작했다. 제자의 지나친 도발에 당황한 A는 "유부남을 좋아해서야 되겠느냐. 선생님은 임자 있는 사람이다"라며 B의 맘을 돌리려 했지만, B는 "세상에 선생님 말고는 필요 없다"며 계속해서 사제지간 이상의 관계를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A는 B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부러 B에게 퉁명스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냉정하게 대하는 것에 격분한 B는 결국 A의 수업 내용을 왜곡하여 A를 성희롱(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하여 A는 수사를 받게 되었고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기간제 교사이던 A는 학교로부터 즉각 해고되었으며 아내와 갓난아기조차 부양하기 어려운 실직 가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스쿨 미투의 사례들처럼 믿고 따르던 교사들에 의해 학생들이 가혹한 성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사들 역시 사랑하는 제자들이 섣불리 저지른 무고에 의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A처럼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젊은 기간제 교사들의 경우 사회적 약자이므로, 억울하게 성범죄로 고소가 되도 그것만으로도 삶의 터전인 직장을 잃을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적절한 초기 대응에 실패해 자칫 경미한 혐의라도 인정될 경우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 특성상 다시는 교단으로 돌아갈 수 없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A 역시 기존 학교로부터 해고됐을 뿐만 아니라 수사 기간 동안 타학교 기간제 교사 지원에도 큰 장애를 겪었다. 그래서 결국 상황을 조속히 타개하고 A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성희롱 혐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B와 A의 성범죄에 관한 헛소문을 교내에 퍼뜨린 다른 학생 C에 대하여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것을 진행했다.

성범죄의 경우 피의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기 전이나 피고인이 무죄 선고를 받기 전에 고소인을 무고 혐의로 역고소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자칫 가해자가 고소라는 수단을 이용해 피해자를 압박하고 합의를 종용하려 한다는 나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 성립 여부 자체가 불명확할 경우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이를 자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신고한 내용 자체로는 성범죄가 성립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A에 관한 그릇된 소문이 일파만파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고, A는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겪고 있었다. 즉 사건 종결을 기다려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A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피의자 변호와 가해자에 대한 고소를 신속히 진행한 덕에 A는 좋은 결과를 얻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학교 내 성범죄 사건도 다른 성범죄 사건과 마찬가지로 신속한 초기 대응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이에 더하여 때로는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