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이전 놓고 갈등 예고

2019-02-11 11:26:49 게재

정치권 일각 움직임에 논란 확산 … 산업은행 등 노조 반발 움직임

민병두 "혁신도시 반면교사, 기본 컨셉부터 나와야"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사실상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금융중심지 선정 움직임이 일면서 관련 단체가 반발하는 등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금융위원회가 산하기구인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열어 새로운 금융중심지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고, 정치권 일각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제출한 '금융중심지 추진전략 및 타당성 검토' 등을 담은 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융연구원의 검토보고서는 사실상 전북을 새로운 금융중심지로 추가 지정하는 데 따른 각종 타당성 문제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도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치권 일각에서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로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약속했다는 점을 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금융중심지를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전북 전주갑)이 최근 전북 출신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의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 제출과 함께 "전북혁신도시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하면서 이를 활용한 연기금·농생명에 특화한 금융중심지 조성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금융중심지 선정 문제는 간단치 않다는 게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의 반응이다. 현재 서울과 부산으로 나눠져 있는 금융중심지를 한 곳 늘리자는 게 핵심인 이 논의가 분명한 원칙과 방향을 갖지 않으면 영호남 지역갈등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부산경남지역 정치권은 이미 지정돼 있는 부산 금융중심지를 더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관련 기관의 반발도 변수다. 당장 국책은행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은행 노조는 성명을 내고 "산업은행의 지방이전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국가균형발전을 사칭한 지역이기주의가 금융산업을 몰살한다"고 밝혔다.

이 노조는 그러면서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와야 한다거나 전주로 와야 한다는 주장에는 조금의 합리적인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서울을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키우기도 벅찬 현실을 직시하라"고 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한 관계자도 "주된 고객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70%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데,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본점 이전을 추진할 경우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금융위원회 소관 국회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 민병두 위원장은 1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혁신도시 건설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을 지방에 옮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든 둘이든 제대로 성공하는 혁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주가 어떤 금융중심지로 발전할 것인지 등 기본적인 컨셉이 우선 나와야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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