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블랙박스 탑재 … 업계 "어쩌나"

2019-03-20 11:24:40 게재

제품판매·서비스 크게 줄 것 우려 … 자동차용품점, 청와대 국민청원 호소

현대자동차가 블랙박스를 장착한 신형 소나타를 내놓자 자동차 블랙박스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네비게이션이나 하이패스 사례처럼 독자적 블랙박스 제품 판매와 서비스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업계 미래가 불확실해진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일 '신형 쏘나타'를 공개했다. 2014년 7세대 모델 출시 이후 5년이다. 이번 달에 정식 출시한다. 신형 소나타에는 블랙박스로 불리는 주행 영상기록장치(DVRS)가 기본으로 장착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소나타부터 인기차종에 블랙박스를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DVRS는 차량의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화면과 스마트폰 간 연동되는 게 특징이다. 현대·기아차의 DVRS는 자동차 실내 룸미러(차량 뒤편을 볼 수 있도록 장착한 거울)에 내장돼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신형 소나타가 공개되자 블랙박스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지난해 내장형 블랙박스 장착 계획을 이미 밝힌 터라 준비는 해왔지만 블랙박스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는 차량 200만대 정도를 신규 블랙박스 시장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수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블랙박스를 제조·판매해 온 중소기업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네비게이션과 하이패스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는 자동차용품점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제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에 네비게이션앱이 확산되면서 제품 판매가 급감했다. 하이패스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하이패스를 탑재한 후 서서히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이게이션과 하이패스처럼 5년 후면 블랙박스도 자동차용품점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용품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블랙박스 판매와 설치는 자동차용품점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블랙박스가 내장된 차량이 출시되면 수입은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자용품점주의 고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랐다.

'10만 자동차용품 종사자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원자는 "신차를 구매하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차량용 블랙박스를 애프터마켓에서 장착 하고 있다"며 "이는 10만 자동차용품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제조사들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청원자는 "그동안 자동차 대기업은 자동차 시트, 오디오, 후방감지기, 후방카메라, 경보기, 내비게이션, 신차쿠폰썬팅까지 모두 가져갔다"면서 "블랙박스 장착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죽이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에 '상생'을 주문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하이패스 사례와 같이 중소기업들이 열심히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한 연구개발로 시장을 활성화 시켰는데 대기업이 중소기업 먹거리에 숟가락을 얹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서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에 블랙박스를 내장하기로 한 결정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며 "그럼에도 현대·기아차가 관련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이 초기부터 힘써 온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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