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18) 미성년자 강간 사건
올바른 교육으로 범죄 예방 가능
수형복을 입고 항소심 법정에 들어온 청년은 갓 스무살이었다. 피해자는 한살 아래 미성년자였다. 청년은 오랫동안 피해자를 좋아했고 몇 번 고백을 했다고 했다. 피해자는 그 마음을 받아주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청년과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은 원래 피해자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모텔을 잡고 술을 마시기로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일이 생겨 오지 못했고 피해자는 대신 청년을 모텔방으로 불렀다. 피해자를 여전히 좋아했던 청년은 모텔로 갔고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취해 먼저 잠들자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청년은 성관계를 시도했다. 피해자가 잠결에 뒤척이자 바로 행위를 중단했지만 이어 잠이 깬 피해자는 청년을 고소했다.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에도 수천만원을 대출해 합의를 해줬지만,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고 당시 분위기상 충분히 허락된 관계라고 믿었던 청년이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결국 1심에서 상당한 실형이 선고되고 말았다.
결국 청년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입장이 자신과 달랐을 수도 있었음을 인정하며 선처를 구했다.
만약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모텔에서 술을 마시는 일탈을 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청년이 피해자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더라면 청년은 물론이고 피해자에게도 큰 상처로 남았을 이런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이렇게 미성년자가 연루된 사건들에서 결국 가장 아쉬운 것은 올바른 가정의 역할이다. 피해를 입거나 범죄를 저지른 후 사법 절차를 통해 수습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며 그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건들은 충분히 예방될 수 있다.
그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가정의 역할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범죄를 비롯한 수많은 청소년 범죄들이 올바른 역할이 깨진 가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이 부모의 불화이건, 자녀 교육에 관한 무관심이나 무지이건, 극심한 생활고이건, 가정에서 마음 편할 자리를 찾지 못한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가정을 대신할 대상을 찾게 되고 자칫하다가는 범죄 가해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법정에 선 청년이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 해도 전과 자체가 지워지진 않을 것이며, 합의를 위해 대출한 돈을 갚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피해자 역시 믿었던 대상에게 원치 않는 일을 당했던 경험은 오래토록 상처로 남을 것이다.
서로 조금씩만 더 자제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충분히 배우고 익혔더라면...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을 대할 때마다 이런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