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뒤늦은 대정부 강경 투쟁

2019-06-27 12:07:06 게재

최종구 퇴진, 금융위 해체 요구 … 공약 거꾸로 가는 대통령과 여당에는 침묵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완화 등 금융정책에 배신감

금융산업노조(위원장 허권)가 최종구 금융위원장 퇴진과 금융위 해체를 요구하며 정부의 금융정책 규탄에 나섰지만 때 늦은 투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간부들이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퇴진과 금융위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금융산업노조 제공


금융노조는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융위원장 퇴진 및 금융위원회 해체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최 위원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허권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특례법을 제정해 은산분리 규제를 저버리더니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기준마저 풀어주겠다고 한다"며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사수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금융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금융위원장이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겠느냐"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또 "금융위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전권을 쥔 거대한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꿔가며 조직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이라면서 금융위 해체도 요구했다.

금융노조가 금융위 해체와 최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데는 그만큼 현정부에 대한 박탈감과 배신감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그동안 금융 노동계가 요구했고, 문 대통령 스스로 공약으로 내걸었던 각종 현안이 전부 뒤집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산분리 완화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무산 △금융감독체계 3원화 무산 등이 해당한다.

여기에 지난 대선 때 노동계에서는 가장 앞장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당사자로서 집권이후 문 대통령과 여권핵심에 대한 배신감도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한 시중은행 지부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정부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도 안하는 분위기"라며 "현장에서는 이미 기대를 접었는 데 금융노조 집행부만 미련이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 등 노동계 일부와 정부가 사실상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금융노조의 투쟁은 다소 한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배경으로 거침없이 금융정책을 좌지우지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산분리 완화도 지난해 문 대통령이 나서서 규제완화의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국회 상임위 개편 과정에서 박용진 의원을 사실상 교육위로 쫓아내면서 금융정책의 후퇴를 예고했다. 박 의원은 20대국회 전반기 정무위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축소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노동이사제 도입, 금융감독체계 분리 등을 주장해 최 위원장과 번번이 맞섰다. 당시 박 의원이 교육위로 쫓겨나다시피 간 것에 대해 문 대통령과 여권이 최 위원장으로 상징되는 금융관료 출신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금융권을 둘러싼 공약 후퇴와 여권 금융정책의 돌변에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금융권 일각과 금융개혁론자들의 분석이다. 시중은행 노조 한 간부는 "최종구 위원장은 내년 총선 출마로 곧 교체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판에 이제서야 뒤늦게 나선 것은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노조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한 고위관계자는 "최 위원장 퇴진은 카드수수료 강제인하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나왔던 얘기로 지속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와의 관계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반기에 내부 논의를 거쳐 재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