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사각지대'
회의 출석 안해도 하루에 '3만원 삭감'뿐
입법활동비의 1% 해당 … 삭감 확대법안 계류
유럽 선진국은 상습·장기 불출석때 제명도
대한민국 국회엔 '무노동 무임금'원칙이 사실상 적용되지 않고 있다. 국회를 아예 열지 않아도 의정활동에 쓰라고 준 돈은 모두 받을 수 있다. 다만 회기 중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3만원 상당의 특별활동비가 깎일 뿐이다. 노동자가 파업중에도 정상월급을 챙기고 대통령이 관사에서 나오지 않거나 판사들이 판결하지 않으면서도 월급을 또박또박 받아가는 꼴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에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28일 국회사무처에서 내놓은 '2019년 의정활동지원 안내서'에 따르면 '세비'라고 부르는 국회의원 보수총액은 1억5176만원이다. 월급으로 보면 1265만원이다.
의원수당이 1억472만원이고 의원 활동비가 4704만원이다. 이외에도 국회의원 지원예산이 의원실당 약 연 9837만원이다. 월평균 820만원이다. 여기엔 사무실 운영비, 공무 출장 등 교통지원비,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비, 의원실 보좌직원 지원비 등이 포함돼 있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 중 국회출석 등 활동실적에 따라 반영되는 건 특별활동비뿐이다. 국회법은 청가서 또는 결석계를 제출하지 않는채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하루에 입법활동비의 1%인 3만1360원의 특별활동비를 삭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받는 연봉을 일당으로 계산한 41만5780원의 7.5%에 해당되는 액수다.
30일간의 6월 임시국회를 연 상황에서 한국당이 본회의를 보이콧해 두 차례 들어가지 않았다면 특별활동비 6만2720원만 받지 못한다. 나머지 28일간의 특별활동비 87만8080원은 챙겨가게 된다.
◆효과없는 '특별활동비 차등지급' =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나온 '무노동 무임금' 관련한 법안은 2016년 6월 15일에 원혜영 의원이 내놓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었다. 그는 '의원이 청가서나 결석계의 제출없이 결석한 일수가 회기의 4분의 1 이상이 되는 경우,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의원의 회의 무단결석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운영위 전문위원실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하는 기준일수를 회기의 '4분의 1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바, 이 기준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법안은 5개월이 지난 같은해 11월 17일에 상정됐으며 처음이자 마지막 소위논의는 2018년 3월21일에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곽상도 의원은 "결석한 일수 곱하기 해봐야 돈 3만원씩 30일 해도 얼마되지도 않는건데 이것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감동을 받나요"라고 반문했다. 논의과정에서 의원들은 '특별활동비'와 '특수활동비'를 혼동하기도 했다. 오신환 의원은 "사실은 저도 특활비 받는 것 처음 알았다"고도 했다. 이 법안은 아직 계류중이다.
19대에는 국회의원 총선후 최초 집회일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와 정기회 중 휴회결의없이 국회가 파행되는 경우(이노근 의원), 또 국회가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에 의결하지 않은 경우(윤상현 의원)에 중앙선관위가 교섭단체인 정당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을 감액 지급해야 한다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채 폐기됐다. 검토보고서는 "국회 파행운영의 책임을 정당에 전가하는 것이 정당 보호 육성을 위한 국고보조금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교섭단체이지만 소수정당은 국회 개원지연, 파행, 예산안 의결지연 등에 실질적 책임이 적은데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노동 무임금' 제대로 논의될까 = 자유한국당의 장기보이콧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노동 무임금' 법안을 내놓았지만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날짜만큼 교섭단체인 정당에 지급하는 경상보조금을 삭감하자는 법안을 내놓았고 같은당 박홍근 의원은 교섭단체 협의를 거부하는 교섭단체 소속 국회의원에게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를 지급하지 않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슈브리핑'을 통해 "국회등원 거부, 국회 불출석 등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매우 적극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 헌법도 국회의원 자격을 심사해 징계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회의 결석에 따른 특별활동비 삭감액이 하루 3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합친 전체 금액에서 삭감금액을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