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제3지대의 고민
"시대정신 반영할 '제 2의 안철수'가 없다"
국민의당출신 '다시 한번 2016년' 외치지만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그밥에 그나물' 자평
대통령제는 숙명적으로 양당구도로 구심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정치지형 해석론이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바람'으로 무너진 이후 2020년 4.15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3지대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치는 크지 않다. 안철수 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할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아닌 새로운 대안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유권자의 기대를 한몸에 안을 단 한명이 없다는 게 '3지대론'을 주창하는 제3당인 바른미래당과 제4당인 민주평화당의 동일한 고민이다.
19일 비당권파에 서 있는 민주평화당 모 중진의원은 "제3지대를 꿈꾸더라도 문제는 누가 깃발을 꽂을 것이냐다"며 "정동영 대표체제로 총선이든 뭐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제3지대로 나간다고 해서 대안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의 10명 의원은 지난 17일 정 대표와의 끝장토론 끝에 대안정치연대를 결성하기로 했다며 분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종회 박지원 유성엽 윤영일 이용주 장병완 장정숙 정인화 천정배 최경환 의원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를 붙여놓고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극복하고 한국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고 했다.
유성엽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는 한달 가까이 당대표 주재 회의에도 참석하는 않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왜 '대안정치연대'라는 당내 분파를 만들었을까. 대안정치연대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고 이들의 고민의 정점엔 '인물난'이 있다. 일단 탈당해야 한다는 '무조건 행동파', 우선 나가서 바른미래당의 합당파를 자극하자는 '선탈당 후통합파', 탈당하면 추운 무소속시절을 보내야 하니 합당 대상자인 바른미래당의 행보를 좀더 지켜보자는 '심사숙고파'가 혼재돼 있다. '호남자민련'이나 '도로 국회의당'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김종필과 같은 지분이 확실한 리더십이나 안철수와 같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인물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고민은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추석전 10% 지지율 달성'을 거취와 연결시킨 과거 발언을 주워 담고 당내 사당화·공금 유용 의혹 등으로 당이 분열되고 있지만 손학규 당대표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대안 부재론'이다. 손 대표가 지명한 문병호 최고위원의 발언은 바른미래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문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손학규 대표의 퇴진론에 대해 "현재의 당 위기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손학규 대표가 사퇴하면 당 위기가 해결될 거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손학규 대표의 가장 큰 버팀목은 대안부재"라면서 "반대파나 민주평화당의 움직임에도 최대한 버티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역시 자신들이 추진하려는 '안철수-유승민'체제가 과연 국민들에게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안철수계에서는 "국민의당으로 통합한 이후 단 한번도 안철수와 유승민이 당대표를 맡아 제3지대론에 맞는 정책을 펴나가지 못했다"면서 "과거에 하려했던 3지대를 실험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안-유 효과'를 자신하지 못했다. 안철수-유승민의 신선함이 19대 대선, 7대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대부분 판단받았고 이제는 유권자에게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호소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총선이 가까울수록 양당체제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3지대라고 하는 진영이 형성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물과 시대정신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과연 이번 총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