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붙는 '청년기본소득'

2019-07-22 12:02:20 게재

박원순 "서울도 청년기본소득 검토"

여야 정치권 관심, 논의 촉진 가능성

청년기본소득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청년기본소득 문제를 재차 꺼내들면서다.

박 시장은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9 지방정부 청년정책 협력포럼'에서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힘든데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처럼 (소득을) 보장해주는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농촌 일자리와 연계한 청년소득 보장 구상도 내놨다. 그는 "서울시·중앙정부·해당 지자체가 일정하게 급여를 대고 서울 청년이 농촌에서 일을 찾아낼 수 있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지방정부 청년정책 협력포럼'에서 청년 대표들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 시장의 이날 발언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청년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올해 초 청년기본소득 도입을 두고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서울연구원과 랩2050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아무 조건없이 서울의 만 19세~29세 청년 800명에게 월 50만원을 2년간 지급한 뒤 이 수당이 청년들 노동 참여, 결혼 등 자립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보자"는 '정책실험'이 제안되면서다. 여론 반발 등에 밀려 진전되지 못했던 논의가 이번 발언으로 재점화되고 있는 것.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이 검토 중인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 보다 전향적인 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에 한해 분기별 25만원씩 연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구직활동을 전제로 하는 서울시 청년수당과 달리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이면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월 8만원에 불과해 기본소득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간 서울시는 청년정책 관련 후발 주자 평가에 서운함을 표해왔다. 청년정책을 선도하고도 이재명 지사에 '최초' 자리를 내준 만큼 더 강력한 정책으로 후발 이미지 극복에 나설 것이란 점도 이같은 예측에 힘을 더한다.

서울시 청년기본소득과 관련해 주목받는 정책은 '사회상속제'다. 지난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제시한 개념이다. 재산을 상속할 때 사회에 내는 상속세를 일정 기금으로 조성해 청년들에게 나줘주자는 것이 핵심 이다. 청년들이 이를 목돈으로 활용, 사회진출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시 정책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주요 재원 마련 방안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기본소득화 한다는 방향은 이미 공론화된 상태다. 박 시장 정책 브레인으로 알려진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지난 4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이 일할 의욕을 없앨지, 더 나은 삶을 위한 의욕을 돋을지 정책실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다만 '실험하는 데 무슨 100억원씩 쓰냐'는 반발이 있어 실험 없이 곧바로 가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도 청년정책 변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청년미래연석회의를 발족했다. 이 기구에는 청년기본소득 전문가와 제안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서울시에 청년기본소득 실험을 제안한 이원재 랩2050 대표, 서울시 청년수당 입안자로 알려진 전효관 전 서울혁신기획관을 비롯 김병철 청년유니온위원장,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 등이 두루 포함됐다.

야당도 청년기본소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4월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특강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ICT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업 상당수가 사라지고 있다"며 "황당한 발상같지만 유럽에서는 기본소득을 놓고 투표를 하기도 했다. 당장 실현은 어려워도 앞으로 고민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기본소득이 논의 중이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아젠다 2050'에서 "기본소득은 방만한 재정이 투입되는 복잡한 복지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보수 진영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전향적으로 고민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추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에 청년수당을 받은 이들 가운데 38.7%가 취업에 성공했고 2.1%는 창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술 등 창작활동을 하는 청년(6.4%)를 더하면 청년수당을 받은 이들 절반 가량인 47.2%가 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수당을 받는 청년들의 만족도 역시 해마다 나아지고 있었다. 2016년 66.8%였던 만족도는 2017년 73.3%로 상승한 뒤 지난해 99.4%로 크게 늘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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