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리포트 - 1년 맞는 이해찬 리더십
'혁신'보다 '안정'에 무게 … "당내 비판 목소리 없다"지적도
인재영입·총선룰 등 내부분열 차단에 총력
총선 공천, 물갈이보다 당선 가능성에 초점
리더십 위기 야당 대표들과 비교 '반사이익'
"이견 부재" 경고도, 위기관리능력 미지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해 8월 25일에 42.88%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1년간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은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나침반은 줄곧 '총선승리'를 가리켰다. 당내에서는 '제1당'을 목표로 삼지만 이 대표는 '과반'까지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성공'과 '재집권'을 위해서는 성과를 내야 하고 '제1당'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이미 체득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압도적 제 1당'은 '과반정당'을 말한다. 과반의석을 얻으려면 공천을 잘해야 한다. 실패한 공천의 핵심은 '사심이 들어간 사천'이다. 공천룰을 조정해 힘있는 사람의 뜻에 맞는 인사를 내리꽂는 방식은 당내 분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대표는 이것을 미리 막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총선 1년전에 총선룰을 정하겠다'는 공약을 거의 지켰다. '경선'을 원칙으로 한 총선룰을 만들었고 온라인을 통해 전당원 투표로 확정했다. 친문공천 논란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쏟아져 나온 출마예정자들에게 별다른 '프리미엄'이 없다는 무언의 안내이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불출마 선언과 전략공천 최소화로 자신의 권한을 최소화했다. 그는 "선거의 출발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총선룰을 이렇게 조기에 확정한 것은 아마 우리 정당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제 확정된 공천룰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예측가능한 시스템 공천으로 내년 총선에서 커다란 승리를 거두도록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이 공천에서 탈락한 사건을 사적 이익을 위한 '공천학살'로 봤고 이러한 하향식 공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영입을 직접 틀어쥔 것도 분란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는 이미 "퍼블릭 마인드와 책임의식을 가지고 다음세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며 "유능하고 깨끗한 인물, 당원이 인정하고 국민이 원하는 인재들을 당의 공직후보로 추천하는 시스템"을 약속했다. "인재영입위원회 등을 통해 민주당과 철학을 공유하고, 민생 중심 경제, 한반도 평화시대를 이끌어 갈 유능한 인재들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양정철, 백원우 등 친문인사들이 인사추천에 나서더라도 결국 마지막 옥쇄는 당대표인 자신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여주기식 대규모 물갈이보다는 안정적인 운영과 의석 확대를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여당의 모 의원은 "신인이나 여성 가점을 올리더라도 경선을 원칙으로 하면 당연히 현역의원에게 유리하고 전략공천의 여지도 크게 줄인 만큼 여당의 경우엔 물갈이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연적인 물갈이비율인 20~30%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에 대한 '안정적 리더십' 평가는 흔들리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리더십과 비교되는 '반사이익'도 한몫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데다 각종 언행에서 점수가 깎이고 있는 황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손 대표와 정 대표는 반당권파들의 비판과 폭로, 사임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제자리만 잘 지켜도 앞서가는 모양새다. 이는 역대 최고, 최장 수준인 40%대 당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데서 확인된다.
그러나 유례없는 '태평성대'가 내년 4.15 총선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다. 가장 큰 위험은 '비판 목소리 부재'다. 의원들이 숙의하는 의원총회에서 당과 청와대의 입장에 반기를 들거나 이견을 제시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모 중진의원은 "의총에 들어가면 의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며 "밖에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당이나 청와대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건전한 토론문화가 상실되면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의 고공행진이 '야당의 자책골' 덕이 큰 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업적으로 오판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제가 어렵고 불만 표출이 거세지는 데다 주변국들의 위협이 이어지고 있는 '내우외환' 상황은 언제 어느 곳에서 문제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내부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10차례 공개간담회를 갖고 질의응답시간도 충분히 갖는데다 의원들과도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너무 조용하고 안정적인 현재의 모습에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모 의원은 "당이 조용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면서 "민주당은 혁신, 변화의 당인데 너무 안정적으로만 가는 게 총선에서 이길 방법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